땅 위 건물 올릴 권리, 안 쓰면 옆 개발자에 매매
허드슨야드선 100만ft²에 1억9000만 달러
센트럴파크 조망권 프리미엄 “공중권이 곧 자산”

건물 위 허공을 사고 팔 수 있는 법이 뉴욕에 있다. '공중권' 즉 낮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면 건물 면적 상층 허공을 부동산으로 취급해 매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뉴욕시 건축법은 각 필지에 허용되는 최대 용적률을 정해 놓는다. 하지만 실제 건물은 그만큼 높지 않을 때가 많다.
이때 건물위의 '허공' 즉 공중권을 이웃 개발자에게 팔 수 있다. 교회나 극장처럼 저층 건물로만 쓰는 땅이 공중권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옆 개발자는 그 권리를 사서 더 높은 빌딩을 올린다.
대표 사례는 맨해튼 서쪽 허드슨야드다. 철도 차량기지 위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뉴욕대중교통공사는 개발자들에게 약 100만ft²의 공중권을 팔아 1억9000만달러를 확보했다.

랜드마크 보호구역도 마찬가지다. 건물을 더 올릴 수 없는 극장·교회가 사용하지 못한 권리를 옆 개발자에게 팔아 유지보수 재원으로 쓰고 개발자는 합법적으로 고층화를 한다. 허드슨리버 파크 ‘피어40’ 공중권은 감정가 기준 ft²당 373달러까지 책정됐다.
뉴욕에서 공중권은 이미 재개발 시장의 ‘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주변 건물들의 공중권을 사 모으고 사실상 보이지 않게 여러 필지를 합병하는 셈이다. 그 결과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고 프로젝트 수익성은 커진다.
한 번 팔린 공중권은 영구적으로 사라진다. 땅처럼 다시 생기지 않기 때문에 매각 협상은 극도로 치열하다. 이 점이 뉴욕 개발자들이 공중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조망권 화보 차원에서도 공중권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중권 매입을 통해 낮은 건물 옆에 고층 건물을 세워 조망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센트럴파크 조망권은 ‘프리미엄 중 프리미엄’으로 불린다.

맨해튼 파크 애비뉴 57번가 일대 고층 아파트는 대부분 공중권 거래를 통해 높이를 끌어올렸다. 바로 앞 블록의 낮은 건물이 가진 ‘안 쓰는 권리’를 매입해 더 많은 층을 확보한 덕분이다. 그 결과 센트럴파크를 막힘없이 내려다보는 초고층 주거지가 가능해졌다.
조망권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된다. 센트럴파크 뷰가 보이는 아파트는 같은 단지라도 층수·방향에 따라 수백만 달러 가격 차이가 난다.
공중권이 없었다면 실현 불가능한 프리미엄이다. 개발자는 공중권 매입 비용을 훨씬 웃도는 분양가를 통해 이익을 회수한다.
공중권 거래 대금은 지하철 확충, 공원 유지, 공공기금으로 흘러간다. 허드슨야드에서 뉴욕대중교통공사가 확보한 수익은 철도 인프라 개선 재원으로 쓰였고 허드슨리버 파크는 공중권 매각 대금으로 시설 보수와 운영비를 충당했다.
즉 보존할 건물은 지키면서도 재정은 확보하고 개발자는 초고층을 지어 조망권 프리미엄을 얻는다는 ‘3자 이익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중권 거래는 도시의 숨은 자원을 유통하는 제도”라며 “제도 설계에 따라 보존·개발·재정 모두를 살리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