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셀 95%가 중국산
“기술집약 부품조차 추월 당한 것”
글로벌 태양광 시장 중국이 장악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성윤모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송하진 전북도지사, 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성윤모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송하진 전북도지사, 문 대통령 /연합뉴스

5년 전만 해도 50% 달하던 한국산 태양광 셀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그 자리를 꿰찬 중국산 태양광 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5%를 넘어섰다.

한화에너지 큐셀부분 등 한국의 태양광 셀·모듈 제조업체들은 더 이상 국내에서 설 곳이 없어지게 됐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 태양광 셀의 점유율은 2019년 50%에서 2021년 35%, 2023년 25%로 주저앉다가 지난해엔 4%로 급락했다. 

반면 중국산 태양광 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8%에서 2021년 63%, 2023년 74%를 거쳐 지난해 95%까지 치솟았다. 

한국산 셀의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한 건 처음이다. 한국 태양광 시장 일부를 차지했던 대만·미국·일본·싱가포르산 셀은 2019년 점유율이 11%였지만 지난해엔 0.1% 미만을 기록하며 사실상 사라졌다. 중국산 셀이 한국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판은 폴리실리콘(원재료)→잉곳·웨이퍼(부품)→셀→ 모듈(셀을 모아놓은 패널) 순서로 생산된다. 이 중 셀은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핵심 부품이다. 여러 개 셀을 노동집약적으로 조립하는 모듈에 비해 셀은 빛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기로 바꾸는지에 품질이 좌우되는 기술집약적 부품이다. 

한국 태양광 시장은 값싼 중국산 모듈의 공세로 국산 점유율이 하락해왔지만 셀 시장마저 중국산이 장악했다는 건 가격 경쟁력 차원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매출 12조394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3002억원에 달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만 영업손실 2575억원을 기록해 주력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에스에너지도 지난해 매출 1478억원, 영업손실 14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이철규 의원은 “정부가 맹목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보급만을 외치는 사이, 기술집약적 부품인 태양광 셀 분야에서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중국의 시장 장악을 가속화했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질보다는 양에 집착하는 정책적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살펴봐도 태양광 보급 속도전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99% 늘어난 6000억원인 반면 연구개발(R&D) 예산은 3350억원으로 7%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2030년까지 100GW로 설정하는 등 보급 확대에 무게를 두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일정 규모까지 늘리겠다는 구호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에너지 안보 강화 및 기술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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