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청년의 목소리는 세상을 바꾸는 소리
함께 듣고 고민하고 움직여봐야
지난 9월 20일은 청년의 날이었다.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인 청년의 날은 2020년에 청년기본법에 따라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청년의 권리 보장 및 청년 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기에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전국 곳곳에서는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및 각종 단체가 주관한 다양한 청년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정부에서도 20일 청년의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20일과 21일 주말 양일간 청년정책 박람회를 서울광장에서 열었고, 26일까지 한 주를 청년 주간으로 정해 온오프라인에서 청년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주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2030 청년들이 함께한 토크 콘서트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부딪치고 있는 진로와 일자리, 결혼과 육아, 지역 청년 등의 문제들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대안 역시 소신 있게 제안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방송을 시청하며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으로 현재의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전달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했고, 그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역시 귀 기울여 들어야 소통하고 공감한다.
청년의 날인 지난 20일 재단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청년 대상 사업과 연계한 행사를 열었다. 대학의 공공외교 강좌와 공공외교 참여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 사업인데(KF 공공외교 아카데미), 해당 대학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전국 15개 대학에서 각 1명씩 무대에 올라 ‘대학생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공공외교 방안’을 제안했는데, 자신이 정의한 공공외교와 그 틀에서 고안해 본 다양한 실천 방안이 소개되었다.
최우수상을 받은 한림대 학생의 발표는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K팝 팬덤 문화 이면에 발생하는 쓰레기 발생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통해 친환경 활동에 있어서 K-컬처의 저력을 보여주자는 내용이었다.
팬으로 활동하는 본인의 일상을 통해 발견한 문제점을 사회와 연결해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창의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좋아하는 일과 의미 있는 활동을 연결하는 발랄한 기획은 그 세대에서만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됐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2000년, 2030 세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취향을 담은 잡지 <코스모폴리탄> 창간팀에 합류했다. 그 당시는 나 역시 청년세대라 할 수 있었는데, 그 후로 18년간 그 잡지를 만들며 당대 청년의 삶을 바로 옆에서 들여다보며 지낼 수 있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들과 함께하며 세대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 그러니까 그들이 마주한 세상과 내가 그 나이에 경험한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 그래서 지향하는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잡지 편집 일을 떠난 지 한참이 되어 모처럼 다시 청년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으면서 청년의 삶이 지금은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청년이었던 때와 비교해 보면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빨라졌고, 경쟁은 심해졌으며, 취업 등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기회는 적어졌다.
환경이 바뀌면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자신이 만족하는 삶’이라는 궁극의 목표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다다르는 방식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마침 9월호 코스모폴리탄에 창간 25주년 기획으로 Z세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서베이가 실렸는데, 기사를 읽다가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삶이란’이란 질문에 대한 답에 눈길이 갔다.
응답자 160명의 37.1%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삶’을, 32.7%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라고 답했는데, 돈이나 명예보다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세대의 지향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취직하고 싶은 회사에 관한 질문에도 경력 및 자기 계발의 가능성, 파격적인 연봉, 유연한 근무 환경보다 ‘확실한 워라벨이 보장되는 회사’가 37.7%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실패해도 허용되는 나이! 그 기사에서 읽은 ‘나에게 지금 내 나이는?’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는데, 청년은 그럴 수 있는 시기이고 사회는 청년이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꾸는 소리’인 청년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거기에 맞춰 새롭게 다가오는 세상에 대해 준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주 공공기관인, 전 매거진 편집장 hyunjoo7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