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48)
동시대를 살았던 멋진 사나이들의
사랑과 전쟁, 용기와 지략의 대서사시
고대 문명 도시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 트로이 전쟁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이다. 1870년대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이 튀르키예 북서부 히사를리크 언덕을 발굴하여 트로이라고 밝힘으로써 단순한 신화 속 장소가 아니라 역사적 실체를 가진 도시로 인정받았다. 영화 <트로이>도 이 지역을 배경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트로이 전쟁은 우리나라 단군신화에 버금가는 서양 신화라 할 수 있다. 다소 딴 세상 얘기 같은 신들의 이야기를 인간들의 전쟁으로 각색하여 영화를 만든 것이라서 현실적이고 실감 난다.
볼프강 페터슨 감독 영화로서 주연인 아킬레스 역은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아킬레스는 전쟁에서 무패를 자랑하는 존재다. 항우처럼 포악할 것 같지만 이 영화에서는 멋진 남자로 나온다.
고대 그리스 시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 눈이 맞아 트로이로 도주해 온다. 이 일로 파리스의 형인 헥토르 왕자는 철없는 동생의 사랑놀이를 힐책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미케네의 왕이자 자기 형인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원래 땅에 욕심이 많은 아가멤논은 좋은 핑계가 생겼으므로 동조한다. 모든 그리스 도시 국가들을 규합해 트로이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

파리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트로이 성 앞에 와서 파리스와 결투를 제안한다. 파리스도 각오한 바이므로 결투에 임한다. 그러나 양군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결투에서 파리스는 메넬라오스의 적수가 되지 못하며 비열하게 헥토르 쪽으로 도망친다.
형인 헥토르 왕자가 나가서 메넬라오스를 쓰러뜨리고 양군은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인다. 그 와중에 아킬레스의 사촌이 아킬레스의 군장을 하고 나갔다가 헥토르에게 죽는다. 헥토르는 그가 아킬레스인 줄 알고 대적했다. 이 와중에 트로이의 아킬레스는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의 여사제 브리세이스를 자기 막사로 끌고 온다.
아킬레스는 사촌의 죽음을 듣고 대로하며 그대로 혼자 트로이 성으로 달려가 헥토르를 불러댄다. 트로이의 헥토르도 결투를 마다하지 않고 성 밖으로 나가 아킬레스와 대결한다. 그러나 아킬레스가 한 수 위였다. 트로이의 차기 왕이 될 헥토르 왕자의 시체는 그렇게 아킬레스의 전차에 매달려 아킬레스의 막사까지 처참하게 끌려간다.

그날 밤, 아킬레스의 막사에 웬 노인이 혼자 나타난다. 트로이의 늙은 왕 프리아모스였다. 가장 사랑하고 아끼던 자식인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가서 장례를 제대로 치러주고 싶다고 했다.
아킬레스가 놀라며, 한순간에 그리스군에게 잡혀 전쟁의 승패도 달려 있고 죽을 수도 있었는데 두렵지 않았냐고 묻자, "이 나이에 더 이상 두려운 것은 없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이 장면이 참으로 비장하다. 아킬레스는 전쟁 중에 적국의 왕이 적진에 혼자 온 것도 대담하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에 감탄하여 헥토르의 시체와 브리세이스까지 보내준다. 그리고 12일 장례 동안 전쟁도 멈추기로 한다.

영화는 그 후 스파르타가 큰 목마를 해변에 남기고 철수한다. 트로이는 전리품이라며 성안으로 끌고 간다. 그날 밤 목마 안에서 스파르타 병사들이 나와 성문을 열자 숨어 기다리고 있던 스파르타군이 쳐들어 와 트로이 성을 불태우며 함락시킨다. 이 전투에서 아킬레스는 브리세이스를 찾으러 가다가 파리스 왕자의 화살을 발목과 가슴에 맞아 죽는다.
현재 튀르키예의 트로이 유적지에 가 보면 초라한 목마 상이 있을 뿐이란다. 옛 동로마의 수도가 있던 나라라서 유물과 유적이 워낙 많으니 배가 부른 모양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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