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44)
누구나 죽기 전 정리하고픈 마음이 있다
초고령 사회에서 치매는 떠오르는 공포
캐나다의 아톰 에고이안 감독 영화로 원제는 <Remember>다. 크리스토퍼 플러머, 딘 노리스, 마틴 랜도, 헨리 체르니 등이 출연했다.
아내가 죽고, 은퇴한 후 미국에서 조용히 살던 거트만은 90세 노인으로 치매가 오기 시작한다. 아내가 오래전에 죽었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아내의 이름을 불러댄다. 그래서 요양원에 가 있는데 거기 맥스라는 친구와 가깝다. 맥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환자라며 코에 호스를 대고 휠체어 타는 고령 노인인데 정신은 또렷하다.

거트만은 치매가 더 심해지기 전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시작한다. 맥스가 적어준 메모대로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루디 컬랜더라는 나치 수용소 원수를 찾아 복수를 하고 죽는 것이다. 루디 컬랜더가 자신의 가족을 다 죽였으니 복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가 워낙 심해 기억이 왔다 갔다 한다. 수시로 맥스의 메모를 보지 않으면 자신이 왜, 뭘 하려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몰라 팔목에 '메모를 읽으라'고 볼펜으로 써놓는다. 요양원에서 나와 먼저 권총부터 산다. 독일제 권총이 비싸지만 어쩐지 눈에 익고 손에 잘 맞는지 그걸로 산다.
그렇게 죽기 전에 복수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검색해 보니 루디 컬랜더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첫 번째 찾아간 사람에게 복수하러 왔다고 다짜고짜 권총을 겨눴는데 아우슈비츠와는 관계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거실에서 본 앨범에 전쟁 중 아프리카에서 근무한 사진이 있었다.
다시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갔는데 가 보니 주인이 없어 빈집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참 후 동네 보안관이 왔는데 거트만이 찾는 사람이 아버지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죽었다는 것이다. 독일산 셰퍼드가 계속 짖고 있고 집안에 들어가 보니 나치 휘장과 군복까지 있었다.

역시 앨범을 보는데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아니라 식당 요리사였다. 그런데 보안관이 거트만의 왼쪽 팔뚝에 새겨진 문신 번호를 보더니 더러운 유대인이라며 태도가 돌변한다. 개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으라고 하는데 거트만이 권총을 발사해서 개도 죽이고 보안관도 죽인다.
다시 또 다른 루디 컬랜더를 찾아가다가 길가에서 실족으로 쓰러져 동네 병원에 입원한다. 이 때문에 집에 연락이 가고 실종 신고를 해 놓은 상태였으므로 아들이 찾아온다.
그사이 마지막 루디 컬랜더의 집에 택시를 타고 찾아간다. 그 집에 들어가 그와 만났는데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그가 찾아올 줄 알았다고 했다. 드디어 진짜 루디 컬랜더를 찾았다며 권총을 들이댔는데 그 집 노인은 자기는 거트만이 찾는 원수가 아니고 둘이 같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유대인을 죽였다며 고백한다.

독일에서 도망쳐 둘 다 수용된 유대인으로 위장하려고 새긴 팔뚝의 문신 번호가 하나 차이였다. 그러나 거트만이 권총을 발사한다. 그러면서 이제야 생각이 제대로 난다며 자기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또 발사한다. 그가 바로 맥스가 원수라며 찾아 복수하라던 아우슈비츠 수용소 요원 루디 캘린더였던 것이다.
지나간 기억을 제대로 반추해 내지 못하는 치매도 무섭지만 죽음이 임박해지면 죽기 전에 생을 정리하려고 하고, 한 맺힌 원한이 있다면 복수를 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