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튜버 폭행 사건 경찰 대응 비판
"韓 인권 등 보편적인 가치에 무감각해"
GNP 인종주의···"삶의 태도 되돌아봐야"

지난 14일 오전 서울 홍대 인근에서 대만인 유튜버 A씨와 동행인 한 명이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해외 언론에 보도됐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A씨의 사진이다. /인스타그램
지난 14일 오전 서울 홍대 인근에서 대만인 유튜버 A씨와 동행인 한 명이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해외 언론에 보도됐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A씨의 사진이다. /인스타그램

"저는 한국에서 8년째 살고 있는 26살 대만여자예요. 성인이 되고 한국에 와서 많은 한국 분들의 도움과 관심을 받았고 그래서 한국을 정말 좋아하게 된 평범한 사람입니다. 이번 일 때문에 한국을 미워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제 글에 사과 댓글을 달아주신 한국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잘못한 건 여러분이 아니라 그날 저와 다툰 남자니까요"

최근 폭행 사건에 연루된 대만인 A씨가 자신의 영상에 고정한 댓글이다. A씨는 구독자 46만명을 보유한 유튜버로 한국 생활을 전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그 문화를 만든 한국인의 평가는 좋지 않다. 한류의 인기에 취해 있기보다는 '어글리 코리안'으로 대표되는 몰상식한 행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대만 유튜버 폭행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홍대 인근에서 A씨와 동행인 한 명이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해외 언론에 보도됐다.

A씨는 가해자가 한국 남성이라고 밝혔으나 경찰은 남성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잘못 발표했고 이후 A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한국 남자를 범죄자 취급한다"라는 악성 댓글이 수백 건 달렸다. 경찰은 이후 "다른 사건과 혼동이 있었다"라며 가해자의 국적을 한국으로 정정했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인의 인종차별, '어글리 코리안'으로 대표되는 행동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종 차별 논란은 많은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한류 콘텐츠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MBC의 새 금토 드라마 '달까지 가자' 측은 지난 8월 20일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가 아랍권과 인도 등 해외 누리꾼들에게 "두 문화를 뒤섞어 고정관념으로 조롱하는 것은 무례하고 터무니없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삭제했다.

국제사회도 '한국 내 혐오' 실태에 직접 경고를 보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지난 5월 정기 심의 보고서에서 한국 내 이주민, 난민, 무슬림, 중국계 등을 향한 혐오 표현 증가를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한국 SNS에서도 해외에서 한국어로 다른 사람의 외모를 품평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글과 영상이 올라오는 등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길거리에서 침 뱉기, 문화유산 낙서 등을 비판하는 여론은 이전부터 있기도 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낭 공항 라운지에서 민망한 장면'이라는 제목으로 여행이 끝나고 귀국을 앞둔 한국인들이 공항 라운지에서 제집인 양 신발을 벗고 맨발로 옆 소파나 테이블에 발을 올리는 사진이 올라와 국제적 민폐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이 해당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대만 유튜버 폭행 사건에서도 중국인이라고 잘못 발표되기 전부터 인터넷 기사에 '중국인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없는 범죄도 만들어서 잡아가는 경찰이 그럴 리 없다.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국은 인종 차별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앞두고 이주민 인권 보장 을 촉구하는 이주노동자와 참석자들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국은 인종 차별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앞두고 이주민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이주노동자와 참석자들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런 무감각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이제까지 단일민족으로서 같은 한국 사람끼리만 모여 살았다"라며 "글로벌한 이슈에 대해 관련 경험은 물론 관심도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한 경쟁, 효율성, 생산성만 중시하다 보니 인권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학습하고 받아들이는 데 인색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6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한다. 산업 현장과 돌봄·서비스업 등에서 다문화 인력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삶의 태도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창호 대구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인종차별은 GNP 인종주의로 돈과 권력이 있는 쪽에는 우호적이어도 그렇지 않은 쪽은 무시하는 자세가 인종을 대하는 태도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활동가는 "단순히 인종 차별을 넘어서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관계라는 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런 삶의 태도를 성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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