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 30만 시대 눈앞
신청인·기업 양측 기준 성립해야 E-7 부여
정부, 지자체 인턴십 기회 등 지원 늘려야
日·獨 해외 사례 참고해 정책 재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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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준 한국 체류 외국인은 265만명, 전체 인구의 5.2%에 이른다.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며 다민족 사회이자 글로벌 이주 국가를 향해 진입한 상태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단일민족 도그마에 머물러 있다. 이 시리즈는 전국 곳곳에 형성된 이민자 커뮤니티를 직접 방문해 체류 외국인의 생활 양식 등을 기록하고 지역별 이주 사회의 모습과 서사를 '이민자 지도'로 구축하는 것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이후에는 외국인 비자 제도 전반과 주요 체류 자격별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이민 정책의 큰 그림을 조망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민정책 전반을 통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짚어볼 것이다. [편집자주] |

국내 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가 25만 명을 넘어섰다. 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국가인 한국이 글로벌 인재 유치의 중심지로 부상했지만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전문가들은 비자 제도와 취업 연계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책 재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고등교육기관(대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25만3434명으로 전년 대비 21.3%(4만4472명) 증가했다.
유학생 증가의 배경에는 국가 이미지 변화가 있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확산으로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됐고 동시에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아시아권 학생 유입이 늘고 있다.
대학의 노력도 한몫했다. 국내 학생 수가 줄자 대학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섰고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스터디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통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취업 연계다. 국내 외국인 대학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명확한 취업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취업 비자 전환 절차도 까다롭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취업에 성공한 외국인 유학생은 3만2300명으로 전체(20만8962명)의 약 15.5%에 그쳤다.

터키 출신 로자 보락(21) 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대학생의 취업 현실을 전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문화와 K-팝, K-드라마에 열성적인 관심을 가져왔으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겠다는 꿈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현재는 서울에서 연수비자(D-4)를 소지하고 대학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국내 취업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는 "엔터테인먼트나 특정 기업 분야에서 일하려면 보통 특정 활동 비자(E-7)가 필요하지만 이를 후원해 줄 회사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라며 "설령 기회가 있어도 경쟁이 치열하고 조건이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E-7 비자는 한국 정부가 지정한 전문 직종(IT, 연구개발, 엔터테인먼트, 통번역,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에서 활동할 외국인들을 위한 전용 비자로 지원 자격은 △관련 전공 석사 학위 보유 △관련 학사 학위와 1년 이상의 경력 △해당 직종과 연관된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 경력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채용 기업 역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한국인 직원이 5명 미만이거나 내수 위주인 업체는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최소 연봉 2867만원 이상의 임금 기준도 충족해야 해 소규모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세금 납부 증명, 직무 관련 증빙, 고용 사유서 등 복잡한 서류와 절차를 모두 거쳐야만 취업이 가능하다.
또 다른 몽골 출신 유학생 훌란 씨는 청주에서 유학비자(D-2)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세일즈 분야에 경험이 있는 그는 졸업 후 한국에서 다시 커리어를 이어가길 희망한다. 그는 "몽골에서는 한국어 수요가 높아 미래의 기회로 이어진다"라며 "경력을 살려 한국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훌란 씨는 "D-2 유학비자를 가진 유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대부분 구직 비자(D-10)로 전환해 구직 활동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D-10 비자는 어디까지나 구직과 인턴십을 위한 임시 체류 자격에 불과하며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정식 고용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일하려면 결국 E-7 등 정식 취업비자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발표에 따르면 E-7 비자 취득이 어렵다고 응답한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전체의 66.7%(매우 어려움 22.2%, 어려움 44.5%)에 달했다. 주요 이유로는 △E-7 비자로 채용하는 기업이 적어서(40%) △E-7 비자의 직종이 제한적이어서(21.4%) △E-7 비자를 제공하는 기업의 정보가 부족해서(19.6%) 등을 꼽았다.
외국인 취업 특례 정책은 법무부 소관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신(新) 출입국·이민정책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유학-취업' 연계 강화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법령 개정이나 시행 일정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태다.

비자 문제 외에도 취업 정보 부족은 유학생들이 공통으로 꼽는 어려움이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들은 중소벤처기업부 K-WORK 플랫폼이나 일부 유료 구직 사이트를 활용하지만 채용 직무가 제한적이고 경력직 위주가 많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한국어 실력까지 요구돼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로자 씨는 "외국인 입장에서 E-7 비자를 얻으려면 이를 후원하는 기업을 찾아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스럽다"라며 "이마저도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학만 한다고 바로 취업에 성공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들이 실무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서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채용 박람회는 단순한 정보 제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지역 산업의 인력 수요에 맞춰 전공별·학위 과정별로 차별화된 현장 실습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연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두 학생 역시 취업 개선 방안으로 체계적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꼽았다. 정부가 외국인 학생과 채용·비자 후원 의사가 있는 기업을 연결해 주거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과 멘토십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한국 취업 시장을 이해하고 기회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로자 씨는 특히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취업 준비생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바로 네트워킹"이라며 "비자 제한과 채용 부족으로 구직 사이트나 직접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내국인들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대학교는 자체적으로 외국인을 위한 커리어 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한 대학교 관계자는 본지에 "외국인 전용 커리어 센터 운영을 통해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구직 전략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취업 박람회와 워크숍,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해 졸업 예정 학생들이 기업과 연결할 수 있도록 돕고 교수님 개인 추천으로 인턴십이나 취업 기회를 주는 경우도 있다"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취업 연계 정책에서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2023년부터 '외국인 유학생 40만 명 유치 계획'을 추진하며 취업과 정착을 확대해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문부과학성은 12개 거점 대학을 지정해 지자체 및 산업계와 연계한 경력 개발·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각국 언어로 외국인 채용 정보와 취업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있다.
독일도 학위·직장·임금 요건을 충족한 대졸 인력에게 'EU 블루카드'를 발급하며 27개월 이상 근무 시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EU 블루카드는 과거 국내 E-7과 같이 전공 분야 취업에 한정됐지만 최근 해당 제한을 폐지해 발급 대상을 넓혔다.
이민정책연구원의 '국내 유학생 정책 재정립을 위한 기반 구축 연구' 보고서는 외국인 유학생 정책의 개선 방향으로 △취업·정주 현황 통계 구축 △졸업 후 국내를 떠나는 유학생 조사 △사회·경제적 영향 평가 지표 마련 △가구·가족 단위 통계 체계 구축 △목표와 수단의 일관성 확보 및 거버넌스 정비를 제언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기반이 마련돼야 유학생 정책이 단순한 유치 목표를 넘어 한국 사회와 유학생 모두에게 실질적인 기여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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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