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인천공항 면세점 DF1 사업권 전격 반납
법원 임대료 인하 강제조정에도 공사 이의제기 고수
업계 “수익 구조 변화, 임대료 체계 전면 재검토해야”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 DF1 권역 사업권을 전격 반납했다. 인천지방법원이 최근 신세계·신라면세점의 임대료를 각각 27.2%, 25% 인하하라는 강제조정안을 내렸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를 거부하고 이의신청 방침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장기화된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DF1 권역 사업권 반납을 공식 의결·공시했다. 회사 측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사업권 계약 이후 면세 시장은 주 고객군의 소비패턴 변화와 구매력 감소로 영업손실이 심각하다”며 “인천공항에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아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부득이하게 철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2023년에 인천공항 면세점 DF1·DF2 권역 입찰은 ‘승자의 저주’ 논란 속에 진행됐다.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주요 면세사업자들이 시장 지위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임대료를 제시하면서 “낙찰이 곧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2023년부터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입국객 증가 시 임차료가 급등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 회복 시점도 불확실했다. 최근 들어선 중국인 단체 관광객보다 개인 관광객이 면세 쇼핑보다 로드숍 쇼핑을 선호하는 트렌드로 바뀌면서 입국객은 늘어도 면세점 구매는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졌다.
이에 매출은 감소했지만 임대료는 오히려 오르는 구조가 됐다. 이번에 호텔신라가 DF1 사업권을 반납한 결정은 당시 제기된 ‘승자의 저주’ 우려가 현실화된 결과로, 향후 공항 면세점 입찰 전략과 임대료 산정 방식 전반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점 업계는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하며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법원은 여객 수를 기준으로 한 현행 임대료가 업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인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를 27.2% 인하하는 내용의 강제조정을 내렸다. 신세계면세점 임대료는 객당 9020원에서 6568원으로, 신라면세점은 8987원에서 6717원으로 내리라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법원이 내놓은 강제조정안의 임대료는 2023년 면세점 임대 입찰 당시 탈락한 롯데면세점,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제시했던 임대료보다도 낮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국제 입찰로 체결된 정당한 계약”이라며 “법원이 인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조정에 불응했고, 9월 26일까지 이의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제조정은 이의제기가 있으면 법적 구속력을 잃는다.
면세산업 전반이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향후 신세계면세점의 대응과 인천공항공사의 이의제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문제는 단순히 한두 업체의 이탈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공사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추가 철수나 신규 입찰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원 강제조정까지 나온 상황에서 공사가 계속 버틴다면 장기 소송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용객·공항 모두 손해를 보는 ‘lose-lose’ 상황이 될 수 있어, 중재와 재협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업계 전반의 경영 구조와 임대료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동남아 관광객의 구매력 둔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임대료가 현 구조로 유지된다면, 다른 면세점들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천공항이 새로운 임대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신라가 DF1을 반납한 것은 단순한 사업 철수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수익 구조가 변했다는 신호”라며 “이 사안을 계기로 면세업 전반의 임대료 책정 방식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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