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행사 이유 예식 일방 취소
청첩장 돌린 뒤 통보 받아 충격
정부 압박 의혹·정치권 비판 확산

서울 신라호텔이 오는 11월 초에 예약된 결혼식 일정을 국가 행사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해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결혼식을 위해 1~2년 전부터 준비해 온 예비부부들은 이미 청첩장도 배포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통보를 받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호텔을 압박해 결혼식 일정까지 취소시킨 것이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라호텔은 11월 결혼식을 예약한 일부 고객들에게 "11월 초 국가 행사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하게 예약 변경 안내를 드리고 있다"며 이달 초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사전 계약서상에는 '정부 행사에 의한 일정이 생길 경우 취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보상안에 대해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개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결혼식 취소 사유로 언급된 국가 행사가 어떤 행사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업계에선 오는 10월말 경주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방한할 예정이다. 해당 행사 전후로 한미, 한중 간 양국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서울 시내에 숙소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혼식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식 일정이 일방적으로 취소된 데 대해 예비부부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결혼 준비는 1년 전부터 시작된다. 인기가 높은 예식장은 2년 전부터 예약을 진행하기도 한다. 서울 중구 신라호텔도 최소 1년 전에는 예약을 확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청첩장을 지인들에게 돌린 상황인데다 이제 와서 새로운 예식장을 찾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결혼식 일정에 맞춰 예약된 신혼여행 항공편과 숙박 예약부터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지칭하는 ‘스드메’ 예약까지 변경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약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예비 신혼부부들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정부가 호텔을 압박해 1년 전 예약된 결혼식을 취소시키다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제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대통령 아들은 삐까뻔쩍하게 결혼시켜 하객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힘없는 국민은 정부가 한마디 하면 잡아뒀던 예식장도 정부에 헌납해야 하느냐"며 "국제 행사가 아무리 중해도, 국민의 행복과 권리를 침범할 순 없다. 이게 독재다. 즉시 국민께 사과하고 바로 잡으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