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책임 확대로 기업 부담 증가
교섭단체 난립과 경영 리스크 확대
프랜차이즈·물류·배달·백화점도 타격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유통업계는 경영 생태계에 부정적 파급효과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사와 외주 인력 혹은 본사와 아르바이트 및 배달 기사 간 정면충돌이 속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갈등이 격화될 경우 서비스 경쟁력이 생명인 유통업 구조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최종 무산된 법안 중 하나다. 이 법안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게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데 있다. 노동계와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찬성하는 입장을 표했지만, 야당 및 경영계는 하청업체 노조들의 대기업을 향한 요구가 벌써 빗발칠 조짐을 보이며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재정의했다. 이는 결국 사용자 개념을 모호하게 넓혀 원청에도 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법률의 명확성 원칙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모호성으로 인해 원청과 직접적인 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업체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도급이나 하청 구조가 복잡한 산업 현장에서 원청을 일괄적으로 사용자로 규정할 경우, 법적 책임 관계가 불분명해지고 노사분규의 법적 판단 기준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불법쟁의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을 파업 참가자의 기여도에 따라 개별 산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불법행위를 한 노조 개인에 기업의 손배소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인 셈이다.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과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원칙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법체계 전반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 개정으로 인해 유통업계에서도 원청인 본사가 하청이나 외주 근로자의 사용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커져, 단체교섭 등에서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본사가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의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본사를 가맹점주의 사용자로 봐야 하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가맹점주가 고용한 아르바이트 인력까지 포함되면 구조는 한층 복잡해진다. 본사·가맹점주·아르바이트로 이어지는 다층적 관계 속에서 본사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며, 노동자가 어느 수준까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업계와 배달업계도 대규모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택배업계는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대기업 본사가 원청, 하청은 지역별 대리점으로, 본사와 대리점의 계약을 통해 전국 배송망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별도의 계약을 맺는다. 택배기사들 입장에선 원청인 본사가 사실상의 고용주이니 노동조건을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달업계에서도 직접 고용하지 않은 라이더들이 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면서 배송 지연이나 물류망 혼란 같은 기존의 파업 리스크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백화점, 면세점 등의 유통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판매 서비스 직원들은 화장품 및 패션 업체 소속이다. 매장 영업시간이나 휴식과 같은 노동 조건은 백화점과 면세점의 기준에 맞춰 운영하지만, 해당 직원들이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벌일 경우 근무 형태 전반적으로 변경 요구를 할 수 있어 백화점과 면세점은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업태 특성상 집단행동이 발생한다면 매출 손실과 고객 이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문제가 크다. 이미 지난 2023년 7월에도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노조의 파업으로 수도권 주요 백화점 내 입생로랑 뷰티, 시세이도, 랑콤 등 명품 화장품 매장이 전면 영업 중단에 들어간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노란봉투법의 시행으로 유통업계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경영 불확실성과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미 일년 내내 수백건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외주 인력을 포함한 다양한 교섭단체가 본사 교섭 테이블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더 많은 소송이 들어오게 돼 운영 리스크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치로 인해 기업들은 파업·쟁의 대응 수단을 상실할 우려도 있어, 영업 차질 및 비용 상승, 계약 구조 재정비 등 전반적인 사업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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