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치료 생산 기반 조성 논의
센터 신설 vs 기존 체계 보강
환자 위해선 임상 진입 앞당겨야
전문가 “국가 일정 부분 책임 필요”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유전자치료제가 제도·인프라 공백에 막혀 있다. 생체 내(in-vivo) 임상 허용과 공공 생산센터 신설 요구가 제기되는 가운데 기존 체계 보강과 국가 책임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유전자치료제가 제도·인프라 공백에 막혀 있다. 생체 내(in-vivo) 임상 허용과 공공 생산센터 신설 요구가 제기되는 가운데 기존 체계 보강과 국가 책임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유전자치료제가 제도·인프라 공백에 막혀 있다. 생체 내(in-vivo) 임상 허용과 공공 생산센터 신설 요구가 제기되는 가운데 기존 체계 보강과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의 기술적 가능성이 입증됐지만 법·예산·인프라의 삼중 공백으로 희귀질환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치료제의 임상시험과 제조·품질관리 등을 지원하는 기관 신설 논의가 잇따르지만 재정 부담과 집행 가능성이 한계로 언급된다. 현 체계를 환자 중심으로 어떻게 작동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전자치료 임상 확대와 지원기관 신설을 담은 첨단재생의료법(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첨단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 세포나 조직·장기를 본인의 세포를 배양해서 대체하거나 재생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회복시키는 의료 기술이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이 있다.

다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검토 보고서를 통해 신설 기관이 기존 체계와 겹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미 첨단재생의료지원기관이 존재해 임상 연구 지원, 연구자 자문, 국제 협력 등을 맡고 있는데 이는 개정안에서 신설 기관에 부여하려는 기능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이다. 첨단재생의료지원기관은 병원·연구기관 등이 신청하면 정부가 심사를 통해 지정한다.

복지위는 기존 기관에 필요한 기능을 보강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2025년도 예산안 심사 시 세포유전자 치료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한 ‘유전자세포치료특화연구소’ 설립을 위해 75억원을 신규 반영한 바 있다.

김영배 의원의 첨생법 개정안에 따른 지원기관의 역할 및 현행 수행 기관 비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김영배 의원의 첨생법 개정안에 따른 지원기관의 역할 및 현행 수행 기관 비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또 다른 쟁점은 세포처리시설이다. 해당 시설은 환자에게 투여할 세포를 채취·검사·처리해 임상 연구 기관에 공급하는 곳으로 현재는 완화된 조건에서 운영된다. 그런데 인비보 방식 유전자치료를 포함하면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제조업 수준의 시설·장비 요건이 추가로 요구된다. 문제는 전국 44개 세포처리시설 중 18곳이 제조업 허가가 없어 법이 바뀌면 대규모 투자와 설비 확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인비보 유전자치료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연구개발·임상 지원은 기존 지원기관 및 R&D 연구사업으로 수행되고 있으며 위탁생산은 민간이 담당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산 지원 역시 재정당국의 별도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지원기관 설립과 재정 지원 조항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 건립을 위한 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전자치료·유전자치료제의 임상시험과 제조·품질관리를 지원하는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의원은 “난치병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인 유전자 치료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 건립이 절실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환자 수가 적고 수익성이 낮아 민간만으로는 생산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하고 우선순위·거버넌스를 명확히 해야 환자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유전자치료제 생산 인프라와 관련해 “현재 병원 내 임상 중심 체계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일정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소량 생산이 많아 과거 송도에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세웠듯이 임상용 샘플을 만들 수 있는 GMP(우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은 정부가 플랫폼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의 대형 투자로 연결되기 전 과도기에 공공 부문이 일정 부분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현재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절차에서는 임상 신청의 상당수가 탈락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심사 과정 개선 필요성도 지적했다.

인비보 방식 임상에 대해서는 “환자들의 절박함은 이해되지만 독성 데이터 확보가 부족하다”며 “자료 요구를 줄이더라도 안전성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혁신 기술은 기존 규제 틀로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상 단계에서 시장 진입을 앞당길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인호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은 희귀질환 치료제 생산 인프라에 대해 “현재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유전자를 안에 삽입하는 ‘벡터’를 만들고 있지만 이는 식약처 허가가 필요한 엄격한 시설에서만 가능하다. 특히 희귀질환 맞춤형 벡터 제작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기업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수익성이 낮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며 “국가가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해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생산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센터를 짓는 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우선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실제로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는 사례를 만들고 이후 국가 차원에서 전용 연구소를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그는 “희귀질환 종류가 수천 개에 달하는 만큼 우선순위 설정과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며 “국가가 책임을 지고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질환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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