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T 시장 2030년 995억 달러 전망
FDA·EMA, 특화 규제로 개발 지원
韓, 제도 공백에 발 묶여 기술 못 써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이 급성장하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규제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국내는 일부 CGT 방식의 임상시험조차 불허되는 등 제도적 장벽이 여전하다. 기술 개발은 진행됐지만 상용화와 임상 적용을 가로막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주요국 의약품 규제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은 지난해 445억 달러(약 61조5700억원)에서 연평균 14% 시장성장률로 2030년 995억 달러 (약 137조6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포 기반 치료제, 유전자 주입 방식 치료제 등은 암·유전질환·난치성 희귀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T 세포 수용체 T 세포(TCR-T) 등 차세대 플랫폼의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FDA의 CGT 연간 승인 건수는 2020년대 초 1~3건에서 2030년 연 20건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CGT는 난치성 질환의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생체 외(Ex vivo) 유전자 조작, 생체 내(In vivo) 전달 플랫폼, CRISPR 기반 정밀 편집, 동종유래 CAR-T 등 다양한 기술의 등장과 함께 글로벌 개발 파이프라인이 다변화되고 있다.
기술의 진화에 발맞춰 규제체계도 정비되고 있다. 미국은 FDA의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 지정 제도를 통해 초기 개발 단계부터 과학적 자문과 신속 심사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 2021년 이후 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첨단재생바이오의약품 27개 품목 중 13개(약48%)가 RMAT 지정을 받은 바 있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우선순위의약품(PRIME)' 제도를 통해 개발 초기부터 집중적 규제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2017년 이후 허가된 18개 품목 중 12개(약67%)가 PRIME 지정을 받았다.
한국은 현행 첨단재생의료법(첨생법)이 체외에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익스비보(Ex vivo) 방식만을 임상 대상으로 허용하고 있다. 체내로 유전자를 직접 주입하는 인비보(In vivo) 방식은 현행법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제도적으로 임상 허용 근거가 없는 상태다. 졸겐스마 등 인비보 방식 기반의 유전자치료제가 해외에서는 이미 희귀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도의 공백이 환자의 치료 접근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이를 포함해 병원 심사 절차, 임상 가이드라인 등 전반적인 규제 환경이 글로벌 흐름에 비해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 치료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계 전반이 위축됐다"며 "세포·유전자치료제처럼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기술을 기존 신약 개발 절차에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병원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통과율이 낮고 임상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CGT는 이미 산업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정부가 생산 인프라를 지원하고 임상 가이드라인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며 "일본은 임상 허들이 낮고 미국·유럽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제를 개정해 가지만 한국은 초기부터 지나치게 막아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도 활용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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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해설 : 황우석 사태·IRB 황우석 사태: 2005~2006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며 난자 불법 매매 등 연구 윤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 이후 국내 줄기세포·유전자치료 관련 연구·임상 규제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있다.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Institutional Review Board): 병원이나 연구기관에서 사람 대상 임상시험·연구의 윤리성과 안전성을 심사·승인하는 기구. |
환자단체와 연구계도 제도 개선과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여성경제신문이 보도한 '"치료 기회 없이 실명 앞뒀다"···기술 있지만 못 쓰는 '유전자·세포치료''에 따르면 일부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은 "기술은 있는데 법과 예산, 인프라가 없어 치료는 꿈도 못 꾼다"고 호소했다.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대표는 "한국은 원천기술은 확보했지만 임상 연구로 넘기지 못하는 구조"라며 "이는 단지 환자·질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감당해야 할 바이오산업 문제"라고 했다.
국회에는 유전물질·핵산물질을 첨단재생의료 대상에 포함해 인비보 방식 임상연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세포유전자치료 및 첨단재생의료 지원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첨생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이 기관은 임상연구 지원, 위탁생산, 인프라 구축, 국제협력 등 세포·유전자치료 관련 사업을 전담하게 된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보고서는 "FDA의 RMAT과 EMA의 프라임 제도와 같은 규제 환경의 진전은 주요 국가에서 CGT의 개발과 허가를 가속화시키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 절차의 혁신과 실용적 지침의 제도화가 CGT의 접근성과 상용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며 "산업계, 학계, 규제당국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은 향후 CGT 분야의 지속 가능성과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