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뺑뺑이’ 과제 제시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권한 강화 등
응급의학醫 “강제 수용 해법 안 돼”
“문제 본질, 최종 치료 인프라 부족”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두고 의료계는 단순히 환자 수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두고 의료계는 단순히 환자 수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응급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두고 의료계는 단순히 환자 수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실 뺑뺑이의 본질은 환자 거부가 아니라 중증 환자를 끝까지 책임질 자원이 부족한 데 있다. 응급실은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곳인데 정부가 고도 진료 부담까지 떠넘기면서 현장 혼란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상급 병원 과밀 해소 △취약지와 최종 치료 인프라 개선 △의료진 법적 위험성 완화가 뒷받침돼야 환자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응급실 재이송 건수가 2023년 4227건에서 2024년 5657건으로 늘었다며 전공의 복귀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환자 이송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는 법 개정 △구급활동일지, 응급진료 정보망, 심평원 데이터 등을 연계한 통합 정보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또 야간·휴일 진료 체계 확충, 119구급대 인력 보강, 병원 간 전원 체계 정상화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현장성이 결여된 접근”이라며 권한 강화·정보망 중심 접근이 현장 자율성을 제약해 사실상 강제수용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서에서 “수용불가 사유를 지나치게 구체화하면 오히려 나머지 모든 상황에서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행정처분과 법적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응급실 뺑뺑이의 본질은 최종 치료 인프라 부족에 있다. 응급실은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곳인데 정부가 최종 치료 책임까지 떠넘기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1년 이전에는 119가 아무 연락 없이 환자를 데려오면 결국 밤새 병원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사전 확인 제도가 도입됐는데 지금 추진되는 권한 강화나 중앙 통제 방식은 사실상 이를 되돌리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합 정보망을 만들어 중앙에서 병상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며 “예를 들어 외과 수술이 가능하다고 표시돼 있어도 의사가 수술 중이면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없다. 이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모으는 건 수십 년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수용 여부는 결국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며 “중앙 현황판이나 시스템으로는 믿을 만한 정보를 담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는 결국 돈의 문제다. 지난 의정 갈등 기간에 6~7조원을 썼지만 비상 진료 체계 유지에 나아진 건 없다. 그 돈이면 상급 병원이 중증 응급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워두도록 지원하는 데 충분했을 것”이라며 “환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당연히 받지만 환경이 안 되면 어떤 법으로도 강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이송은 원래 정상적인 절차”라며 “진짜 뺑뺑이는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길에서 헤매는 상황인데 이런 사례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119 구급대가 개인 휴대전화로 일일이 문의하기 때문에 심각성이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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