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노 야스히데 하쿠주지병원 병원장
고령자 응급환자 급증 현장 부담 가중
“병원 만능 아냐, 기능 나눠 지역의료 지켜야”

하쿠주지병원 후지노 야스히데 병원장 /여성경제신문
하쿠주지병원 후지노 야스히데 병원장 /여성경제신문

후쿠오카시 서부의 한 병원 응급실. 아침이 되기 전부터 고령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잇따라 도착한다. 흡인성 폐렴, 심부전, 뇌졸중, 고관절 골절. 병명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고령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 지역은 규슈대 캠퍼스 이전과 도시개발로 젊은 인구 유입이 활발한 도시지만 동시에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의료 현장에서는 중증과 경증, 급성과 만성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하쿠주지병원 후지노 야스히데 병원장은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모든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질환과 중증도, 의료 접근 방식까지 달라지고 있지만 현재의 의료체계는 그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10년 후 미래'로 불리는 일본에서 후지노 병원장을 만나 고령자 응급의료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

ㅡ후쿠오카시와 이토시마시는 일본에서도 드물게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고령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의 의료 현실은 어떤가.

"현재 일본 사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인구 감소다. 그러나 후쿠오카시의 경우는 2040년까지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우리 병원이 위치한 후쿠오카시 니시구는 규슈대학교의 이토 캠퍼스가 2005년부터 통합·이전되기 시작했고 2018년 9월에 완전히 이전이 완료됐다. 약 2만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캠퍼스 주변에 거주하게 되어 젊은 인구가 늘었다.하지만 동시에 고령화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 고령자 특유의 질환 예를 들어 흡인성 폐렴, 심부전, 뇌졸중, 대퇴골경부 골절 등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ㅡ고령자 질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 측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후쿠오카시 서부 및 이토시마 지역에서는 의료기관 간의 역할 분담과 기능 분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병원과 의원 간 구분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고 병원 내부에서도 고도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 등으로 기능이 분화됐다. 하쿠주지병원도 2021년, 466병상 규모의 케어믹스형 병원을 급성기 중심의 하쿠주지병원(282병상)과 회복기 중심의 하쿠주지 리하빌리테이션 병원(160병상)으로 분리·재편했다."

ㅡ실제 병원에서는 어떤 질환이 주로 늘어나고 있는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질환은 흡인성 폐렴, 심부전, 뇌졸중, 대퇴골경부 골절 등 고령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향후 이 환자들이 더욱 증가하게 되면 지금의 병원 자원으로는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ㅡ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병원의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보는지.

"앞으로는 뇌졸중, 대퇴골경부 골절, 중증 심부전과 같은 중증 질환 진료에 집중하고 수술이 필요 없는 흡인성 폐렴이나 경증 심부전 등은 인근 협력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보다 정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ㅡ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응급의료 체계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 아닌지.

"저출산·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중증 외상 같은 젊은 환자 비중은 줄고, 만성 질환을 앓고 있던 고령자의 상태 악화에 의한 응급 이송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환자 대부분이 3차 의료기관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술이나 고난이도 처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자가 중증 응급을 담당하는 병원으로 몰리면, 정작 정말 중증인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ㅡ일본 정부도 이에 대해 제도적 언급을 했다고 들었다.

"2024년 진료보수 개정에서는 ‘하향 이송’에 대한 언급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고도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된 환자 중에서 일반 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 가능한 경우, 해당 환자를 다시 전원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중증 응급환자와 고령 만성질환자의 응급 진료를 보다 명확히 구분해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ㅡ병원 내부 시스템 개선도 중요한 과제일 텐데.

"의료 DX(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크로스넷’이라는 지역의료 연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의원, 약국과 환자의 의료 정보를 인터넷상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빠른 치료 개입과 재택 복귀 지원이 가능해졌다. 병원 내부적으로도 아이폰 등 업무용 스마트폰을 전 직원에게 지급해 다직종 간의 정보 공유를 실시간으로 수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응급 대응 속도가 빨라졌고 의료 현장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ㅡ지역 의료 붕괴를 대비하기 위한 대비책이 있다면.

"앞으로는 병원의 기능이 더욱 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다. 지역 주민에게도 병원마다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증상이 있을 때는 먼저 지역의 ‘주치의’를 찾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 필요한 경우에만 전문 병원으로 이송되고 치료가 끝난 후에는 다시 주치의에게 돌아가는 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의료의 낭비를 줄이고 병원도 전문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이 지역 전체의 의료 질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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