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추진이 중단됐던 장기공전사업” 
“리스크 피하려 초기투자비용 떠미는 꼴”
적신호 켜고 강하게 만류하는 전문가들 

미국 알래스카 종단 원유 수송관 /산업통상자원부
미국 알래스카 종단 원유 수송관 /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미국의 25% 상호관세를 감하거나 없애기 위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로 했다. 전문가 집단에선 만류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제성에 의문 부호가 붙는 프로젝트에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국익에 상당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산업부는 한국에 부과된 25% 상호관세를 낮추거나 없애기 위해 미국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면서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협상 카드’로 본격 활용하기로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65조원’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 관한 투자를 한·일 등 동맹에 압박해 왔다. 취임 첫날엔 “알래스카 LNG의 태평양 동맹국으로의 판매·운송을 추진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4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는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는 중”이라며 재차 강조했다. 요구 수위를 더 높여 천문학적인 초기 비용 부담을 주요 수입국이자 동맹국인 한국, 일본 등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잇는 약 1300㎞ 길이의 가스관과 액화 터미널 등 연계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알래스카 북단의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알래스카 남단 앵커리지로 보내면 부동항인 니키스키에서 이를 액화해 수요지로 공급하게 된다. 초기 투자 비용만 45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미국이 참여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이미 프로젝트 참여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를 만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미국과의 실무 협의체를 구성했다. 

안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미국 입장에선 매우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으로 보였다”면서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에너지 소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지난달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방미해 사업 참여 의향을 미국에 전달한 상태다. 

하지만 알래스카 LNG 사업 카드가 사업성 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국 참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 출신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알래스카 사업은 미국 내에서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고 인프라도 부족해 수차례 추진이 중단됐던 장기 공전 사업”이라며 “미국 입장에서 초기 투자 비용을 다른 나라에서 끌어낸다면 추후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에도 한국가스공사가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회사(AGDC)와 업무협약(MOU)을 맺었지만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결국 다시 투자에 나서더라도 가스공사가 한국의 ‘키플레이어’가 될 것인데 총부채 47조원에 달하는 가스공사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게 되는 꼴이 된다. 

대표적인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과 브리티시피트롤리엄(BP)은 2016년 손실 우려를 이유로 일찌감치 발을 뺐다. 프루도베이 가스전의 매장량은 40조ft³(입방피트)에 달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혹한 지대를 뚫고 1000㎞ 넘는 가스관을 깔아야만 한다. 알래스카의 혹독한 기후 환경을 고려하면 사업비는 더 크게 불어날 수도 있다.   

결국 경제성에 의문 부호가 붙는 프로젝트에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국익에 상당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약 향후 미국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알래스카 프로젝트 추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정치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방식을 국가 공동 투자로, 참여 주체를 민간 기업보다 공기업으로 번경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낮추는 방안을 제안한다. 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분과 오성익 부의장은 알래스카 사업 투자를 피하기 어렵다면 대만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와 함께해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승훈 한국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단기간의 성과에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 공기업들이 해외 메이저와 컨소시엄을 이뤄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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