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비욘드신세계’ 출범
SSG닷컴과 온라인 판매 채널 분리 시도
SSG닷컴 지분 정리에 업계 이목 집중

신세계百, 비욘드 신세계 메인이미지 /신세계백화점
신세계百, 비욘드 신세계 메인이미지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온라인 쇼핑 채널 ‘비욘드신세계’를 론칭하면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을 통해 백화점 상품을 판매했다면 이제는 백화점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사업까지 분리하는 모양새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정용진·정유경 남매 간 계열 분리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아직 지분 정리가 남아있는 SSG닷컴의 향방에도 이목이 쏠린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공식 애플리케이션 리뉴얼을 통해 온라인 쇼핑 채널 ‘비욘드신세계’를 출범했다. ‘비욘드신세계’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220여 개 브랜드의 상품 확인부터 온라인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SSG닷컴의 배송과 결제 시스템을 신세계백화점 앱에 도입했다. 또한 해당 앱 내에서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도 선보이며 여행 상품 사업까지 확장했다.

기존에는 SSG닷컴이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판매를 맡았다. SSG닷컴이 운영하는 SSG닷컴 앱과 신세계몰 앱에서 백화점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화점 앱이 따로 있는 상황에서 여러 앱에 백화점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구조가 소비자 입장에서 다소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앱을 강화하면서 SSG닷컴으로부터 온라인 판매 채널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신세계백화점 VIP 실적 인정이 비욘드신세계에서만 가능해졌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12월 말까지 비욘드신세계에서 구매한 금액의 50%는 내년 VIP 실적 금액으로 인정된다. SSG닷컴에서 구매한 내역은 VIP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온라인 사업 정리는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을 계열 분리하는 막바지 작업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부문을 맡은 정용진 회장을 지난해 3월 승진시킨 데 이어, 2015년 12월부터 ㈜신세계 총괄 사장에 올라 백화점 부문을 이끌어온 정유경 회장까지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남매 경영’을 끝내고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본격적인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5월 ㈜신세계에서 이마트를 인적 분할해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키며, 장남인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딸 정유경 사장이 백화점 부문을 각각 맡는 남매 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후 2019년에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자 지주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명확히 구분하며 계열 분리를 위한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이후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패션·뷰티, 면세, 아웃렛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경쟁력을 키웠고,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를 중심축으로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 등 생활 밀접형 사업을 통해 시장 내 존재감을 강화해왔다.

지분정리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2016년에는 정용진과 정유경 두 남매가 보유 중이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상호 맞교환하며 실질적 분리 경영 구조를 강화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전량인 98만4518주(지분율 10.2%)도 딸인 정유경 회장에게 증여했다. 앞서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을 정용진 회장에 모두 넘기며 남매 각자의 책임경영 체제가 확고해졌다. 2011년 ㈜신세계에서 이마트를 분할한 이후 유지돼온 남매 경영 구도가 이번 지분 정리를 통해 완전히 분리된 셈이다. 현재 두 법인이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SSG닷컴 뿐이다.

SSG닷컴 온라인 물류 처리 공간 PP 센터 /SSG닷컴
SSG닷컴 온라인 물류 처리 공간 PP 센터 /SSG닷컴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해선 SSG닷컴 지분 정리가 남았다. 일각에선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사업을 SSG닷컴과 분리하는 움직임을 두고 SSG닷컴이 이마트 부문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014년 신세계몰, 이마트몰 등 계열사별로 나뉘어 운영되던 온라인 쇼핑몰이 통합돼 'SSG닷컴'으로 일원화됐고, 이후 2018년에는 이마트에서 분리돼 SSG닷컴이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올림푸스제일차가 소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서로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으므로 계열 분리가 안 된다. 남매 경영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어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같은 ‘그룹’ 계열사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친족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선 한쪽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즉 이마트가 1대 주주를 유지하려면 ㈜신세계 지분을 15% 이상 추가 인수해야 한다.

업계에선 SSG닷컴의 지분을 이마트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세계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을 이마트에 넘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SSG닷컴 매출의 상당 부분은 신선식품 판매가 차지하고 있어 신세계백화점보다 이마트와의 연결성을 확대하는 게 더 이점이 크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백화점 앱 개편은 신세계 백화점 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며, SSG닷컴과 정리하는 수준으로 간다는 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추후 단독 상품이 나올 수 있겠지만 현업에서도 아직은 SSG닷컴 내 백화점 몰과 비욘드신세계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백화점 앱에서도 바로 결제할 수 있게 해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