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은 외환 차익 실현 기회
코스피 반등을 입법 성과로 포장?
언론 플레이 통해 착시 효과 키워
검은 머리 외국인 배후 지적 나와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2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6.39포인트(0.83%) 오른 3195.12를 나타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2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6.39포인트(0.83%) 오른 3195.12를 나타냈다. /연합뉴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내려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코스피에 자금을 넣으면서 증시에도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원 넘게 하락한 1385원 선에서 움직였다. 오전 한때 1385.0원까지 밀리며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졌다.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른바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됐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환율 흐름은 외국인 자금 유입의 직접적 신호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예상될 때 한국 주식을 매수하면 주가 수익 외에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국면은 곧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모멘텀’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주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도세에 밀려 주가가 크게 흔들렸지만 이번 주 환율 하락과 함께 반등 기대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환율과 증시가 맞물리는 구조 속에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은 금리·환율이 좌우한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다만 정치권에선 최근 환율 안정과 외국인 순매수 흐름을 상법 개정 효과로 포장하려는 시도가 감지된다. 실제로 외국인은 금리 차와 환율 변동성 축소에 따라 한국 자산을 저가 매수할 유인이 생겼는데, 정치권은 이를 입법 성과로 돌리려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와 관련해 “더 심각한 건 이 개정안을 부추기는 배후 세력”이라며 “조세회피처 국적을 이용하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 민주당과 손잡고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혹까지 언론에 제기된다”고 직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하락이 글로벌 금융 환경의 변화 때문이지 특정 입법 효과와 직접 연결짓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환차익과 금리 차에 기반한 글로벌 흐름이며, 상법 개정은 오히려 기업 지배구조 리스크를 키워 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 외환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최근의 원화 강세는 미국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전형적인 흐름”이라며 “상법 개정과 직접 연관짓기는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면 헤지펀드를 제외한 장기 투자자에게는 시장 매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은 맞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글로벌 유동성 효과일 뿐”이라며 “환율 안정과 외국인 순매수라는 단기 현상을 정치적 성과로 연결하는 언ㅇ론플레이는 시장 신뢰를 왜곡시키고 착시를 확대하는 위험한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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