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학생·취준생 사이에서 큰 인기
지난 6월 中 청년 실업률 14% 넘어
허위 재직증명서 발급 등 불법 우려
"교육·고용 엇박자에 불가피한 선택"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가짜 출근 회사' 사진. /바이두 캡처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가짜 출근 회사' 사진. /바이두 캡처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하루 30위안(약 5800원)을 내고 '일하는 척하는 회사(假装上班公司)' 사무실에 출근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취업난과 높은 청년 실업률 속에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출근 분위기를 체험하려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상하이·선전·항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한 사무실 대여 전문 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책상, 컴퓨터, 회의실, 인터넷 등 기본 사무 환경은 물론 일부 업체는 점심·간식·음료까지 제공해 실제 회사를 방불케 하는 '출근 코스프레' 공간을 제공한다. 하루 이용료는 평균 30~50위안이다.

'가짜 출근 회사'의 시초로 알려진 청인젠(陈英健)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 운영 과정에서 활용도가 낮은 사무 공간을 사업화했다. 지인으로부터 "취업이 안 된 상태에서도 출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요청을 받고 창업에 나섰고 이를 중국 SNS '샤오홍슈(小红书)'를 통해 홍보하면서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유사 서비스는 전국으로 확산하며 중국 청년층의 새로운 일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현상은 불안정한 중국 고용 시장과 맞물려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은 14.5%에 달했다. 올해 취업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대졸자는 약 1222만 명으로 집계됐다.

가짜 직장 이용자는 취업 준비생, 사무실이 없는 1인 창업자 및 프리랜서, 인턴 증명이 필요한 대학생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취업 준비생의 경우 '탕핑(躺平·아무것도 하지 않고 눕는)'에서 벗어나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짜 출근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대학교에 제출하는 인턴십 활동 증명 사진 일부. 인턴 활동 기록 일지에 사무실 사진을 첨부해야 한다. /김성하 기자
중국 대학교에 제출하는 인턴십 활동 증명 사진 일부. 인턴 활동 기록 일지에 사무실 사진을 첨부해야 한다. /김성하 기자

이용자의 약 40%는 대학생이다. 중국 일부 대학은 방학 기간이나 졸업 후 일정 기간 이내에 인턴십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인턴 자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이 가짜 사무실을 배경으로 증빙용 사진을 찍거나 활동 사실을 꾸미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허위 재직증명서나 급여 명세서까지 대리 작성해 준다는 점이다. 일정 금액을 받고 공식 문서를 위조해 주는 불법 서비스가 성행하면서 교육기관의 검증 허점을 파고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실 공간 임대와 기본 사무 시설 제공은 합법이지만 허위 문서 발급은 중국 노동 계약법 제26조(사기 수단을 통한 계약 체결) 및 형법 제280조(회사 인장 위조죄)에 해당할 수 있다.

중국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 윤 씨는 본지에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턴 활동을 위조하는 사례가 늘면서 교수들이 더 엄격해졌다"라며 "의심되는 경우 해당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유학생의 경우 중국 내 인턴십 절차가 까다로워 잠시 귀국해 인턴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 전문가 크리스천 야오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일하는 척'하는 현상은 이미 일반화됐다"라며 "경제 구조 전환기 속에서 교육과 고용 시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 청년들이 임시로 머물 공간이 필요한 상황"라고 분석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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