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해외 적응력 전무
2분기 해외 법인 매출 감소 뚜렷
계열사 의존 구조 사양산업 길로

국내 광고3사가 산업 전환기를 맞아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 들었다. 왼쪽부터 이노션, HS애드, 제일기획 사옥. /각 사
국내 광고3사가 인공지능 산업 전환기를 맞아 침체의 길로 접어 들었다. 왼쪽부터 이노션, HS애드, 제일기획 사옥. /각 사

국내 3대 광고 기획사가 사양산업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표면적으로는 프로젝트 지연이나 경기 불확실성이 언급됐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식 광고업 모델 자체가 인공지능은 물론 기존의 플랫폼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소멸의 길에 접어들었다”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S애드는 2분기 영업이익이 4억 원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92% 급락했다. 미국·유럽 법인의 매출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특정 지역 경기나 일시적 변수 때문이 아니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글로벌 광고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게 시장의 평판이다.

이노션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5190억원, 영업이익은 3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8%, 0.67% 감소했다. 다만 매출총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2415억원을 기록했다.

제일기획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1188억원, 영업이익은 9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4.4% 증가했다. 매출총이익은 4838억원으로 7% 증가했다.

글로벌 광고는 이미 검색·SNS를 넘어 앱 내 광고, 크리에이터 마케팅, 리테일 미디어 광고로 급격히 이동했다. 구글·메타·틱톡은 물론 아마존, 월마트까지 광고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전 세계 광고비를 흡수하는 중이다. 반면 국내 대형 광고사들은 여전히 TV·지면·대형 캠페인 중심 모델에 묶여 있다.

HS애드·이노션·제일기획 모두 계열사 의존도가 60~70%를 넘어선다.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LG그룹의 광고 집행이 사실상 매출 버팀목이다. 따라서 열린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차별성을 내세울 무기가 부족하다. 이번 실적 악화도 결국 ‘계열사 밖’에서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광고를 ‘비용 청구형 외주 서비스’로 운영하는 구식 구조를 고수한다”며 “애드테크, 데이터 드리븐 타겟팅, 퍼포먼스 광고 역량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최소 5년 이상 격차가 난다”고 말했다.

제일기획만 그나마 성장세를 이어간 것은 삼성 계열사 집행 물량이 확대된 덕분이다. 하지만 이 또한 내부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일 뿐 외부 확장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성장’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광고 시장 조사기관 WARC는 올해 글로벌 광고 지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2년간 성장 규모가 200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내놨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는 절대적 축소가 아니라, 성장의 중심이 빅테크 플랫폼으로 이동한다는 신호”라며 “전통 광고사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글로벌 광고 대행사들도 플랫폼 광고에 특화된 애드테크 기업 인수·합병으로 대응하고 있다. 퍼포먼스 지표 기반 과금, 이용자 행동 데이터 연동,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구축이 이미 업계 표준이다. 그러나 국내 3사는 여전히 영상 제작과 캠페인 운영 중심의 하청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HS애드의 ‘영업이익 92% 급감’은 관세나 일시적 프로젝트 이연 때문이 아니라, 광고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이미 사양화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광고업은 성장 산업이 아니다. 특히 한국 광고 대행사들은 레드오션 국내 시장에 갇혀 있고 글로벌 무대에서는 앱 광고·리테일 미디어·크리에이터 마케팅 같은 신생 영역에 대응하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며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