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IRP 자산 자동 운용, 수익률 제고
원리금보장형 쏠림 완화·실적배당형 확대 필요성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운용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RA 일임 운용 서비스는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동화 운용을 통해 원리금보장형 중심의 운용에서 벗어나 맞춤형 포트폴리오 제공을 늘리고 수익률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디셈버앤컴퍼니(핀트)와 제휴해 ‘AI투자일임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의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을 반영해 RA가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며 ETF 중심 상품을 짧은 주기로 리밸런싱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구조다. 투자 전문 지식이 없는 가입자도 KB스타뱅킹 앱을 통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연내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과의 제휴를 확대해 맞춤형 퇴직연금 서비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금융권 최초로 IRP 전용 RA 일임 운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이 서비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자 성향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생성하고 IRP 적립금을 자동 운용한다. 지난해 2월 파운트투자자문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미래에셋자산운용, AI콴텍, 한국투자신탁운용과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파운트투자자문과의 서비스를 먼저 개시했다. IRP 가입자가 매년 납입하는 가입자 부담금 중 연간 900만원 한도로 일임이 가능하며 가입자 동의 시 사용자부담금까지 운용을 맡길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콴텍과 제휴해 AI 일임형 서비스를 출시했고 신한은행은 쿼터백자산운용, 콴텍 등과, 우리은행은 파운트투자자문, 콴텍 등과 각각 협력해 상품을 구성 중이다.
은행권의 이런 행보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과 맞물린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처음 4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확정급여형(DB)이 214조6000억원, 확정기여형·기업형 IRP(DC)가 118조4000억원, 개인형 IRP가 98조7000억원이었다. 특히 IRP 비중은 2022년 17.7%에서 지난해 22.9%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운용 형태별로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356조5000억원(82.6%)을 차지해 수익률 개선 여지가 제한적이다. 최근 5년과 10년간 퇴직연금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2.86%, 2.31%에 그쳤다. 반면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은 DC와 IRP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53.3% 늘었으며 지난해 실적배당형 평균 수익률은 9.96%로 원리금보장형(3.67%) 대비 크게 높았다. 제도별로도 IRP가 5.86%로 DC(5.18%), DB(4.04%)를 웃돌았다.
권역별로는 은행과 보험의 DC·IRP 수익률이 4% 이하 구간에 몰린 반면, 증권업권은 10% 초과 수익률 비중이 31.7%에 달했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의 IRP 상위 가입자는 각각 84%, 92%의 적립금을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시중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RA 일임 서비스가 있으면 투자 방향을 일일이 고민할 필요가 없고 고객 성향에 맞춰 짜인 포트폴리오로 계좌를 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며 “알고리즘이 시장 상황에 맞춰 주기적으로 바꿔주니까 변동성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운용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이런 변화가 지속되면 IRP 시장의 경쟁 구도 역시 점차 치열해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