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다변화 뷰티업계 실적 희비
중국 의존 기업은 실적 부진 지속
K-뷰티, 美 수출 1위에도 관세 부담
美 공략 위해 가격·유통 전략 재조정

화장품업계가 2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한미 간 15% 관세협상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다변화로 중국 대신 미국 공략에 적극 나선 뷰티업계 입장에선 제약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 의존해 현지 소비 침체로 매출 타격을 입은 업체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매출 다변화를 통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국 매출 비중이 큰 업체 역시 관세 여파로 인해 현지 판매 가격 인상이나 영업이익률 감소 등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반면,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실적 발표를 한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555.5% 증가한 80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은 1조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성장, 영업이익은 737억원으로 1673% 증가했다. 서구 시장에서의 고성장으로 해외 사업 매출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4364억원, 영업이익은 611% 증가한 360억원을 기록했다. 미주 시장 매출은 10% 상승, 유럽 및 중동 시장 매출은 18% 성장했다. 중화권 시장에서는 사업 거래 구조 개선 효과로 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했다. 기타 아시아 시장 매출도 9% 늘었다. 국내 사업 매출은 53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164%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6049억원, 영업이익 5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8.8%, 65.4% 감소한 수치다. 북미와 일본 사업의 성장세는 지속됐지만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이 더뎌졌다는 설명이다. 북미와 일본 사업 매출은 각각 6.4%, 12.9% 늘어난 반면, 해외 매출 내 비중이 큰 중국 사업 매출은 8.0% 줄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화장품 부문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줄어든 6046억원,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 헬스앤뷰티(H&B)숍과 북미 아마존, 일본 등 주력 채널은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 여기에 면세, 방판 등 전통 채널들의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애경산업은 연결기준 2분기 매출액 1713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6.1% 감소한 수치다. 화장품사업의 2분기 매출액은 625억원, 영업이익은 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4%, 45.7%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은 중국 시장 회복으로 1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였지만 역기저 효과와 마케팅 투자 확대가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국내 뷰티 업계는 해외 시장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하지만 각 사 모두 미국과 중국 매출 비중이 큰 만큼 한미 관세 후폭풍은 K-뷰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K-뷰티는 미국 시장에서 1억5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7% 성장한 수치로, 프랑스를 제치고 수출국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무관세 체제가 끝나게 되면서 가성비로 인기를 끌었던 K-뷰티의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관세가 붙는 만큼 각 뷰티업체들은 가격 정책부터 물류, 유통 등 전반에 걸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관세 부과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내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나 아이라이너 등 인기 K뷰티 제품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사재기’ 움직임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방안이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미국은 이미 중국과 함께 한국 화장품의 양대 수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어 단기간에 의존도를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에서 북미 지역이 약 31%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관세로 인해 원가가 얼마나 늘어날지를 검토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 유통업체들과 가격 조정을 논의하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애경산업과 LG생활건강도 현황을 세심하게 점검하며 위험 요소에 대비하는 중이다.
다만 화장품은 고마진 산업인 데다 국내 제품이 미국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통하는 만큼 관세로 가격이 다소 올라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화장품 산업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고, 특히 국내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서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따라서 관세로 인해 가격이 일부 인상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 실제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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