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해외 다변화 효과 ‘톡톡’
LG생활건강, 중국 부진 여전
‘1조 클럽’ 에이피알, 대기업 자극
아모레-LG생건 홈뷰티 시장 재도전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사옥 /각 사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사옥 /각 사

국내 뷰티업계 ‘양대 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3분기 실적에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LG생활건강이 고전하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아시아 등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이 빛을 발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여기에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두 회사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실적 발표를 한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6.5%나 떨어진 가운데 화장품 사업이 지난 분기에 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6일 실적 발표를 마친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5800억원, 영업이익 4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7.8%, 영업이익 56.5% 감소한 수치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내 프리미엄 화장품 소비 회복이 더디고, 면세 채널 판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생활용품·음료 부문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핵심인 화장품 사업의 부진이 여전히 전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장품 사업은 면세점 중심의 전통 유통망 효율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매출 4710억원, 영업이익 –588억 원을 기록했다. H&B스토어 등 국내 채널에서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으나, 브랜드 재정비 과정에서 면세 매출이 줄며 적자가 이어졌다. 다만 CNP·VDL·힌스 등 MZ세대 중심 브랜드를 통해 기능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매출이 4930억원으로 전년보다 6.6%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북미(21.1%)와 일본(6.8%)에서 성장을 보였으나, 중국은 4.7%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 부진으로 지난달 면세점과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2분기 화장품 사업부는 영업 손실 163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일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을 LG생활건강 신임 CEO로 선임하며 변화를 모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9.0%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1조1082억원으로 3.8% 증가했고, 순이익은 833억원으로 61.2% 늘었다.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919억원으로 41% 증가했다. 국내 영업이익은 594억원으로 24%, 해외 영업이익은 427억원으로 73% 각각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1조169억원으로 4% 증가했다. 국내는 5566억원, 해외는 4408억원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라네즈, 에스트라, 설화수, 려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확산과 운영 효율화에 힘입어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이 그룹 전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사업은 온라인, MBS(멀티브랜드숍), 백화점 등 주요 내수 채널은 물론, 면세와 크로스보더(국내 본사에서 해외 유통사, 리테일러와 직접 협업해 현지 진출하는 사업모델) 채널 판매가 크게 확대되면서 실적이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설화수·라네즈를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성장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소비 둔화와 현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2018년부터 글로벌 사업 재조정에 나서며 미주 시장 확장에 속도를 냈다. 라네즈의 고성장과 에스트라·한율 등 신규 브랜드 확산, 코스알엑스의 틱톡 중심 바이럴 효과가 더해지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결과 2025년 사업연도 기준 미주 지역 매출 비중이 32%를 기록하며 중국(28%)을 앞질러 글로벌 중심축이 본격적으로 이동했다.

에이피알, 에이지알 미용기기 세계 누적 판매 500만대 돌파 /에이피알
에이피알, 에이지알 미용기기 세계 누적 판매 500만대 돌파 /에이피알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급부상도 눈길을 끈다. 에이피알(APR)은 올해 3분기 만에 연매출 1조 원 달성을 사실상 확정지으며 업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시총은 이미 ‘뷰티업계 투톱’을 넘어섰다. 에이피알의 이날 종가(22만500원) 기준 시가총액은 8조25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모레퍼시픽(7조3759억원), LG생활건강(4조4148억원) 등 기존 K뷰티 대표주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에이피알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3859억원으로 121.7%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746억원으로 366.3% 늘었다. 이에 에이피알은 연초 제시한 목표인 '매출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특히 에이피알은 3분기 화장품·뷰티 부문 매출이 2723억원으로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메디큐브의 제로모공패드와 PDRN 라인업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했고, 미용기기 부문 매출도 1031억원으로 39% 증가했다. 특히 해외 매출이 210% 급증하며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고, 이 중 미국이 1500억원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수요 확대에 힘입어 화장품과 디바이스 모두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연말까지 해외 중심의 매출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에 자극받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전통 화장품 대기업들도 잇따라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 재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최근 자사 브랜드 기술력을 접목한 뷰티 디바이스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인플루언서 협업·SNS 이벤트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LG전자로부터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프라엘’ 상표권을 양수해 화장품 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초 '온페이스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를 출시하고, 인공지능(AI) 뷰티 디바이스 전문 브랜드 메이크온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비롯한 해외 진출도 모색 중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디바이스 시장이 화장품을 보완하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해외 사업 다변화와 함께 기술 기반 뷰티로의 확장이 향후 실적 반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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