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 만화가의 7월 대재앙 예언 확산
한국 넘어 아시아 전역까지 번진 루머
일본 기상청,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어
믿을 이유는 없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타츠키 료'라는 사람의 예지몽이 뜻밖에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의 한 만화가가 남긴 오래된 만화 한 권이 그로부터 한 세대가 흐른 지금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일부 저가 항공권은 1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고 같은 시기 제주 항공권보다도 저렴한 기현상이 벌어졌다. 허무맹랑한 루머 하나가 현실의 소비 패턴까지 뒤흔든 것이다.
발단은 1999년 발매된 일본의 만화책 <내가 본 미래 –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코믹스>다. 저자인 타츠키 료는 본인이 꾼 꿈을 단편 만화 형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2020년대 들어 작품이 이례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만화는 구조상 픽션이지만 일부 내용이 현실과 절묘하게 겹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예언서'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유행병으로 사망하는 묘사는 실제 그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것과 오버랩됐고 "다이애나? 죽는다"라는 문구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교통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2020년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는 묘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이어졌다. 물론 이런 연관 짓기는 대부분 후행적 해석이 전제되지만 '죽음', '재앙', '질병' 같은 키워드는 사람들을 자극하는 재료로서 충분했다.

타츠키 료의 만화가 단순한 도시 괴담을 넘어 '예언서'로 격상된 결정적 계기는 2011년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의 만화 표지에 적혀 있던 문구인 "대재앙은 2011년 3월"이 주목받았다. 타츠키 료는 훗날 이 문구가 자신이 꾼 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배경 위에서 다시 소환된 '예언'은 올해 7월이다. 타츠키 료가 2021년 출간한 만화 완전판에는 2025년 7월 대지진을 예고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내용에 따르면 "해저 균열이 발생해 일본 남부 해역에서 대형 쓰나미가 일본 전역을 덮치고 혼란에 빠진다"라는 내용이 묘사됐다. 물론 어디까지나 만화적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이 설정이 일본 내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하며 '신빙성 있는 주장'이라고 받아들여졌다.
불안은 국경을 넘어 전염됐다. 루머는 한국과 중국, 홍콩 등 인접 국가로 빠르게 번졌고 '그냥 루머'라며 웃어넘기면서도 어딘가 꺼림칙한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타이밍도 묘했다. 2025년 6월, 일본 남부 도카라 열도에서 실제 지진이 빈발했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 100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했고 특히 6월 23일 하루에만 180건 이상 지진이 감지되며 루머와 현실 사이의 경계는 더욱 흐려졌다.

한 만화가의 예언이 관광업의 나라 일본을 타격했다. 한국은 물론, 중국 대사관은 지난 4월 "지진 가능성 루머가 있다"며 일본 부동산 구매에 신중하라는 권고문을 냈고 풍수적 영향을 중시하는 홍콩에서는 여행 수요가 급감하며 일부 항공편은 운항을 중단했다. 일본 기상청은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고 "7월 대지진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루머이며 모두 우연에 불과하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오늘날의 기술력으론 지진은 여전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기술로는 발생 가능 지역이나 규모를 일부 추정할 수 있을 뿐 '언제, 어디서'라는 질문에는 누구도 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언'이 불안을 키우는 건 사람들의 집단 심리가 불확실성에 유독 취약하기 때문이다. 재난은 막연한 공포일 때 더 큰 힘을 갖는다.
타츠키 료의 예지몽이 팩트인지 픽션인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7월이 무사히 지나간다 해도 언젠가 큰 지진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시기가 어긋났을 뿐 예언은 맞았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한 권의 오래된 만화책이 전 세계적 공포심을 흔들 만큼 강력한 파장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믿을 이유는 없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라는 심리가 만들어낸 2025년 여름의 기묘한 풍경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