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라부부 어글리 큐트의 못생긴 매력
시크릿 박스로 '키덜트' 소비심리 자극
캐릭터=아동용이라는 틀에 박힌 시선
韓 IP 산업, 이제는 '어른이' 공략할 때

라부부 키링이 색깔별로 나열돼 있다. /바이두 캡처
라부부 키링이 색깔별로 나열돼 있다. /바이두 캡처

큰 눈, 작은 코, 뾰족한 귀와 이빨. 웃고 있지만 어딘가 짓궂어 보이는 괴물 요정 캐릭터 '라부부'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온라인 스토어에선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오프라인에선 오픈런을 강행한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돈을 들고도 구하지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라부부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시장 동향과 트렌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교한 전략을 펼친 '계획된 흥행'이다. IP 산업에서 귀여운 캐릭터는 차고 넘친다. 막연히 귀엽기만 한 존재들은 금세 잊히기 마련이다.

라부부가 주목받은 이유는 '어글리큐트(ugly-cute)'라는 낯선 미학에 있다. 귀엽지만 못생겼고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인 얼굴을 갖고 있다. 이는 '완벽함'보다 '개성'을 좇는 Z세대의 취향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단정하고 아기자기한 기존 캐릭터들이 주는 피로감을 해소하면서 라부부의 투박한 외형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유튜브에 올라온 라부부 언박싱 영상.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올라온 라부부 언박싱 영상. /유튜브 캡처

팝마트는 여기에 '블라인드 박스'라는 강력한 소비 장치를 얹었다. 어떤 제품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자. 그 불확실성은 기대와 실망, 희소성과 수집욕을 교묘하게 자극한다.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고를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반복적인 소비를 유도하며 구매 행위 자체를 일종의 놀이로 만들었다. 여기에 1/72 확률로 등장하는 시크릿은 소비 심리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구조는 자발적인 콘텐츠 확산으로 이어졌다.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들이 언박싱 과정을 콘텐츠화하면서 광고가 아닌 자연스러운 전파가 이뤄진다. 브랜드가 말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먼저 퍼뜨리는 '자발적 광고 효과'가 형성된 셈이다.

팝마트의 주가는 1년 새 570% 넘게 치솟았고 전 세계 매장은 571개로 늘었다. 올해 매출은 300억 위안(약 5조8000억 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라부부 외에도 몰리, 스컬판다, 크라이베이비 등 캐릭터들이 각각 10억 위안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어린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티니핑. /SAMG엔터
국내 어린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티니핑. /SAMG엔터

라부부 열풍은 한국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도 뽀로로, 아기상어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캐릭터 산업의 중심은 여전히 아동용에 머물러 있다. 티니핑 역시 국내 어린이 시장에서 흥행했지만 글로벌 확장성은 아직 미지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장난감 산업은 침체한지 오래다. 부모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아동용 제품과 달리 키덜트 시장은 스스로 소비하는 주체가 있다. 유행에 민감한 2030세대는 소확행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에 전략적 기획이 뒷받침되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것이야말로 캐릭터 IP 산업의 본질이자 소프트파워의 핵심이다. 중국은 키덜트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IP로 실적과 영향력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는 반면 한국은 '캐릭터=아이들'이라는 고정관념과 뒤처진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팝의 세계적 인기를 바탕으로 흥행 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조차 해외 제작사의 기획물이다. 한국의 K-팝을 해외에서 IP화한 사례다. 이는 한국 캐릭터 산업이 얼마나 정체돼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여전히 동심에만 머물고 있는 한국 캐릭터 산업이 하루빨리 틀을 깨고 나와 세대를 아우르는 글로벌 IP로 도약하지 못한다면 K-콘텐츠의 열풍은 캐릭터 산업에서 끝내 재현되지 못할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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