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바와 다른 통신 클라우드 위력
일주일 만에 사용자 수 30만 돌파
정적 데이터 구조물 AI 시대엔 한계
댓글·커뮤니티 기반 집단 문화 쇠락
메타버스 몰락서 이미 예고한 변화

SKT '에이닷'에 추가된 신규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 /SKT
SKT '에이닷'에 추가된 신규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 /SKT

SK텔레콤의 ‘에이닷 노트’가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이용자 30만명을 돌파하며 인공지능(AI) 노트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회의·강의·상담 등 다양한 음성 대화를 AI가 실시간으로 받아쓰고 요약·정리해주는 기능은 직장인들의 ‘보조 니즈’를 정조준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PC 웹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출시 직후부터 네이버 ‘클로바노트’의 강력한 경쟁자로 주목받았다.

8일 빅테크 및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에이닷 노트 사용자 절반의 주요 이용 시간대는 오전 11시와 오후 3~5시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인들이 회의 중 녹음·요약에 에이닷 노트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K텔레콤은 이용자 요구가 높은 템플릿 다양화, 외국어 지원 확대, 녹음 시간 연장 등을 반영해 하반기 중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때 국내 AI 음성 기록 서비스의 대표주자였던 네이버의 클로바노트는 2020년 11월 ‘AI 음성기록’이라는 이름으로 시범 출시된 뒤 2023년 11월 정식 출시됐다. 구글·애플 앱 마켓 생산성 부문 상위권을 기록하며 챗GPT, 제미나이, 지메일, 퍼플렉시티, 노션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SK 에이닷 노트가 출시 단 일주일 만에 30만명을 돌파한 것은 통신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의 위력과 함께 포털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포털 중심의 통합형 서비스 전략은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네이버의 클로바노트가 메일·캘린더·검색 등 포털 생태계와 연계된 형태로 종속성을 유지한 반면 SK텔레콤의 에이닷 노트는 단일 기능을 극한까지 최적화하며 독립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전화통화 녹취 기능까지 통신플랫폼과 자연스럽게 일체화해 회의·상담 기록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난다. 이는 AI가 각 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포털 중심의 접근 방식이 점차 정적 데이터 구조물에 머물러 있는 구시대적 트렌드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K 에이닷 노트를 사용 중인 한 직장인은 “회의 끝나자마자 요약본이 도착해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다”며 “통화 중에도 중요한 내용이 바로 정리돼 업무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클로바노트도 표면적으로는 에이닷 노트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통신 기기와 직접 결합된 형태는 포털 기반 서비스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경험이란 것.

인공지능의 등장은 포털 서비스 기반 플랫폼 문화를 빠르게 해체할 것으로 보인다. 검색을 거쳐 정보를 정리하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사용자 친화 기능에 집중한 AI 독립 서비스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이런 지형 변화는 이미 네이버클라우드와 메타버스의 몰락에서 예고된 바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 기반으로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포털 생태계에 종속된 서비스 전략의 한계를 드러냈다. 검색·메일·쇼핑 등 기존 플랫폼에 AI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은 데이터와 사용자가 포털 안에 갇힌 구조였다. 기껏해야 알고리즘이 기사 노출 조정이나 댓글 검열 등 플랫폼 관리 용도로 사용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댓글·커뮤니티·SNS 기반 네트워크도 점차 존재감을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때 플랫폼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했던 사용자 간 상호작용은 집단적 선호에 갇혀 죽은 정보로 변질됐다.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초기에 기대를 모았다가 결국 유령도시로 전락한 것처럼 폐쇄적 플랫폼에 의존한 이들 참여형 생태계도 점차 기능을 상실할 전망이다.

에이닷 노트의 약진은 AI 중심 시대에 통신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보여준다. 데이터 흐름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사용자 경험에 직결시키는 구조는 포털 중심의 폐쇄형 설계로는 구현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AI 서비스의 성공은 더 이상 자산의 양이나 플랫폼 규모에 달려 있지 않다”며 “개별 사용자의 니즈에 맞춘 독립적이고 유연한 서비스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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