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평생부자되기]
미국의 영향력 약화
BRICS의 달러 회피
부유한 국가의 금 보유 선호로
장기적인 가치 하락이 불가피

최근 달러 약세 기조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가 취임한 지난 1월 20일 이후 달러는 원화 대비 1600원 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지금은 135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국제 시세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1월 중순 110에서 지금은 97선까지 내려와 있다. 대략 12% 정도 빠진 것이다. 앞으로도 중장기적 달러 약세를 전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달러가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85%를 차지했으나, 2024년에는 58%로 감소했다.

달러와 금은 상호 대체 관계에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달러와 금은 상호 대체 관계에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조사에서는 경제학자 90%가 달러의 안전자산으로서 지위 약화를 점치고 있다. 그 이유로 트럼프의 무리한 대내외 경제 관세정책과 연준에 대한 압박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달러 붕괴를 점칠 수밖에 없는 사유가 더 많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짚어보자.

달러는 단순한 미국의 화폐가 아니다. 미국은 1차, 2차 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했다. 달러도 이런 미국의 파워에 비례하여 그 힘을 키워왔다. 직접적인 계기는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체결이다. 이때 미국 달러가 국제시장의 기축 통화로 등극하였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소위 지금까지 해왔던 ‘큰형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두둔하고 전통의 동맹, 유럽을 못 본 체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보호막이 될 수 없다고 방위비 증가를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WTO 무역 체제를 정면으로 무시하면서까지 각국에 관세 폭탄을 퍼부은 것이다. 이것은 미국도 힘이 빠져서 지금까지 해왔던 ‘통 큰 형님’ 역할이 불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런 흐름이 좀 더 나가면 동맹 해체나 편 가르기로 새로운 세계질서의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은 미국 눈치를 보겠지만 ‘돈으로 계산하자’는 미국을 언제까지나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요약하면 미국의 역할이 이렇게 위축되면, 달러도 이와 비례하여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BRICS 국가들은 공통 통화 '더 유닛'을 만들어 달러를 대체하려 한다. /BRICS 홈페이지
BRICS 국가들은 공통 통화 '더 유닛'을 만들어 달러를 대체하려 한다. /BRICS 홈페이지

두 번째 요인은 브릭스(BRICS)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가 회원인 BRICS는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그들 간의 무역에서 달러를 배제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도 위안화 결제 비중이 커졌다.

 그 예로 2024년 중국 러시아 간 무역 규모는 2430억 달러인데, 90% 이상이 러시아 루블과 중국 위안화로 이루어졌다. 2015년에는 양국 무역에서 달러 비중이 90% 정도였다. 양국은 또한 미국 주도의 SWIFT(국제결제 시스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경 간 결제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브릭스 국가들의 탈달러화(de-dollarization)에 대한 대응으로 트럼프는 브릭스가 탈달러화를 추진할 경우 100~1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 달러 지배를 종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대립 관계에 있는 인도는 자국 통화 거래를 선호하면서도 “인도가 미국 달러화 약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가 브릭스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가 추가 가입했다. 말레이시아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확대된 멤버를 포함하면, 세계 경제에서 비중이 28%, 세계 인구의 45%, 석유 생산량의 44%를 차지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블록이 된다. 미국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2024년 러시아 카잔에서 새로운 공동 통화 ’더 유닛(The Unit)’ 출범을 발표했다. 이는 40%는 금에 연동, 60%는 여러 통화 바스켓에 연동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는 점점 더 국제시장에서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달러와 대체 관계에 있는 금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금 시세는 1년 전 온스(31.104g)당 2300달러 수준에서 최근에는 3300달러로 40% 이상 올랐다.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만큼 트럼프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국제시장의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현재 각각 3352t과 2452t으로 세계 금 보유량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최근 독일 금 보유량의 1/3 수준인 미국 연방은행에 보관 중인 금 1200t의 반환을 요청했다. 이탈리아도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미국 달러 중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자 미국의 국제금융 영향력 약화를 촉진할 것이다.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이 국제 정세 불안, 미·중 갈등, 중동 리스크로 외환보유 포트폴리오에서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금 가격 장기 상승 요인이 될 것이고 달러 가치하락을 부추길 것이다.

이와 같이 달러는 서서히 기축 통화로서의 위상을 상실해 가고 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는 부유한 국가들이 점점 더 외환보유액에서 금의 비중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달러 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데 있다.

트럼프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우면서 다른 나라를 압박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상대국은 ‘탈미국, 탈달러’를 가속할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각국이 쇠락해 가는 달러로부터 자국 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기축통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지만, 국제시장에서 결제통화가 다변화되어 가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달러의 가치하락은 불가피하며 예전의 막강한 지위를 되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himaba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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