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검색량 함흥냉면보다 '11배' 이상↑
서울 인기 냉면집 한 그릇 평균가 1만6000원
일부 매체 사이에서 고급 음식 이미지 굳혀져
"1만3000원~1만5000원대 사이가 적정 가격"

서울에 위치한 한 식당의 평양냉면 사진. /김성하 기자
서울에 위치한 한 식당의 평양냉면 사진. /김성하 기자

평양냉면이 함흥냉면에 비해 높은 관심을 받으며 여름 외식 트렌드 중심에 섰다. 고급 음식 이미지와 함께 MZ세대의 열광 픽으로 자리잡았지만 가격 부담 역시 커지면서 선뜻 사먹기 부담스러운 음식이 됐다. 실제 현장에서도 '원가 대비 과도한 가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캐치테이블 운영사 와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4주간 캐치테이블 내 검색·방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냉면 전문점을 찾은 고객 수는 평소보다 38% 이상 증가했다. 특히 평양냉면 검색량은 함흥냉면보다 11배 이상 많아지며 여름철 대표 인기 메뉴로 떠올랐다.

주요 소비층은 20~30대로 관련 키워드 검색량 중 이들의 비중은 84%에 달했다. 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를 통해 '무심한 듯 깊은 맛'이라는 평양냉면 특유의 콘셉트가 회자되며 ‘힙한 메뉴’로 자리 잡은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웨이팅도 급증해 이달 3주 차 기준 평양냉면 전문점 '서령'은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웨이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양냉면 가격은 인기에 힘입어 고공 행진 중이다. 필동면옥은 올해 냉면 가격을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을밀대는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남대문 인근의 한 신흥 강자 식당은 이달 초 가격을 1만7000원으로 올렸고 서령도 같은 가격에 판매 중이다. 종로구 행촌동의 한 북한 음식 전문점은 1만8000원에 냉면을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평양냉면 관련 콘텐츠. /유튜브 캡처
유튜브 평양냉면 관련 콘텐츠. /유튜브 캡처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냉면 한 그릇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계탕 등 다른 외식 메뉴와 마찬가지로 식재료, 에너지 비용, 인건비, 임차료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지만 서민 음식인 냉면치고는 지나치게 고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젊은 세대에게 '평양냉면 고급화 전략'이 통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성경제신문은 서울의 한 인기 냉면 전문점 주방 관계자인 강 모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 바라본 평양냉면 가격 형성 배경과 소비자 인식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ㅡ최근 평양냉면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들었다. 이를 실제 체감하는가.

"여름이 다가올수록 평양냉면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기가 확연히 느껴진다. 저희 매장 기준으로 평일에는 하루 평균 400명, 주말에는 600명 정도의 손님이 방문하는데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다."

ㅡ젊은 세대가 이토록 평양냉면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평양냉면은 비교적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즐겨 먹는 모습이 다양한 매체에 자주 노출되면서 호기심에 이끌려 찾는 손님이 늘어난 것 같다. 예전에는 마니아층이 주로 방문했지만 요즘은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ㅡ최근 평양냉면의 가격이 크게 인상됐다. 그 원인은?

"수요가 증가하면서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고 싶어지고 매체에서도 평양냉면을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들고 좋은 재료가 들어가는 고급 음식으로 다뤄온 탓에 고급화 전략이 가격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다."

ㅡ실제 육수를 만드는 시간과 과정은 어떻게 되나.

"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직접 육수를 끓이는 곳은 소고기 양지나 사태 등 고기 재료와 대파, 양파 같은 채소를 넣고 5~6시간 정도 끓인 뒤 식히는 과정을 거친다. 소고기 육수 특성상 기름이 많이 떠오르기 때문에 이를 계속해서 걷어내야 하며 과정 자체는 갈비탕과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장에서 육수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ㅡ평양냉면이 원가 대비 가격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면 요리는 기본적으로 짜장면이나 짬뽕처럼 원가율이 낮은 음식에 속한다. 메밀 가격이 밀가루보다는 비싸지만 현재 평양냉면의 가격대를 기준으로 보면 원가율은 약 20%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낮은 원가율은 보통 고급 음식이나 쉽게 접하기 어려운 특별한 메뉴에서나 정당화될 수 있는데 평양냉면은 그렇게까지 복잡하거나 특별한 공정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본다.

육수도 대부분 공장에서 받아오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고 육수를 우릴 때 사용한 고기는 고명으로 올리거나 수육 같은 사이드 메뉴로 활용된다. 그래서 평양냉면이 만들기 어려운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ㅡ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대는 얼마라고 보나

"가게와 소비자 입장을 모두 고려했을 때 원가율 30% 수준이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격대라고 본다. 임차료는 가게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메뉴와 상관없이 자영업자가 선택하는 문제다. 에너지 비용 역시 공장 육수를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 모든 점을 종합해 볼 때 적정 가격은 1만3000원에서 비싸도 1만5000원 정도라고 생각한다."

ㅡ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양냉면 가격이 오르면 가게 입장에서는 호재이고 그 가격에 사 먹는 것 역시 소비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 지금은 가격이 이렇게 형성된 이상 다시 내려가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2만원대까지 오르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 소비자들도 평양냉면을 지나치게 '고급 음식'으로만 인식하는 부분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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