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통과 후 상원서 업종별 희비 교차
태양광·풍력 2028년 稅공제 폐지 ‘최악’
수력·지열·원자력 2033년까지 혜택 유지
배터리 2032년 세액공제 25% 부여 추가

존 슌 미국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의회 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상원 재무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 내용을 수정한 초안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존 슌 미국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의회 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상원 재무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 내용을 수정한 초안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가 공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정안을 두고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회사들은 세제 혜택 일몰 시점이 빨라질 우려가 커지면서 위축된 반면 배터리 회사들은 앞서 하원이 통과시킨 개정안보다 세제 혜택 조건이 완화돼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로 생산한 전력에 연계된 투자세액공제(ITC)를 내년부터 60%로 축소하고 2028년에 일몰시키는 내용의 IRA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2032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액공제를 축소하기로 한 하원 결정에 비해 대폭 앞당겨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을 비롯해 HD현대에너지솔루션, OCI홀딩스, 씨에스윈드 등 신재생에너지 회사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초안은 태양광발전 시설을 직접 짓는 해외 기업에 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신규 태양광발전소를 지으려는 고객사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 한국 기업들도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태양광발전 가치사슬은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 셀, 모듈 등으로 구성된다. 완성된 모듈을 합쳐 태양광 패널을 만들고 전기를 생산한다. ITC는 이런 패널로 전력 생산 시설을 지을 때 적용된다. 한화솔루션은 잉곳·웨이퍼 모듈을 생산하고, OCI홀딩스는 폴리웨이퍼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에 비해 수력과 원자력, 지열 관련 시설 혜택은 대체로 유지된다. 2033년까지 100% 세금 공제를 유지하고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원자력발전 지원을 제외한 대부분 청정에너지 관련 혜택이 축소된 하원안에서 달라진 대목이다. 맬컴 울프 미국 수력발전협회장은 상원 초안에서 일정이 연장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기존 시설을 개선하는 경우에도 혜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터리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적용 기간이 늘어나면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 판매하는 배터리에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를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가 수령한 AMPC 보조금은 합계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미국 하원은 2029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100%→75%→50%)으로 세액공제를 줄인 뒤 2032년부터 세액공제를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상원에서 공개된 초안은 2032년을 추가로 넣어 25%의 세액공제를 부여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투자 시간을 더 벌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2년 25% 세액공제가 추가로 가능해지면 단순 계산으로 약 4000억원을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지역 내 배터리 공장 5개를 추가로 설립 중인 것을 고려할 때 실제로 공제받는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후퇴 기조와 달리 미국 의회는 배터리 공급망 재편의 현실을 반영해 한국 기업엔 숨통을 틔우고 중국 기업엔 견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화당이 내놓은 상원안은 지금처럼 AMPC 지급을 2032년까지 유지하기로 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유리하게 됐다”며 “아직 양당 합의와 대통령 서명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하지만 상황이 나빠지지 않은 건 맞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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