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중국인 투표 의혹 계속 제기
사전투표소 현장서 막무가내 검사도
귀화하지 않은 이상 대선 투표권 없어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광주 동구 지원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광주 동구 지원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지난 29일 시작된 가운데 SNS를 중심으로 '중국인이 투표했다'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단체는 사전투표소를 찾아 유권자들을 상대로 ‘부정선거 감시’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날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외국인이 대통령 투표'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외국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투표한 것 같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상의 촬영자는 한 외국인에게 접근해 "저기요,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요, 다름 아니라요. 뭐 좀 여쭤볼 게 있는데 투표하셨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외국인은 "아 그, 외국인데. 그 한국 잘 못해요"라고 답했다. 촬영자는 재차 "한 가지만 여쭤볼 게 있는데, 우리나라 국가 이름이 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고 외국인은 "몰라요 지금"이라고 대답했다.

해당 영상이 올라온 계정은 프로필 사진으로 'STOP THE STEAL' 구호 포스터를 걸고 있다. STOP THE STEAL은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밀려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쓰기 시작한 표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던 시민들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일 때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지난해 22대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취지로 해당 구호가 써진 피켓을 들면서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선관위 측은 영상이 확산하자 "외국인은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이 없다. 투표용지를 배부하면서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주민등록증의 사진과 얼굴을 비교해 확인하기 때문에 대리 투표도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신고나 제보가 들어온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영상의 촬영 시기와 장소, 외국인이 실제로 대선 투표를 한 것이 맞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부정 선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사전 투표 현장에 찾아가 유권자들을 감시하는 행태를 보인다. 전날 오후 1시에도 중국 동포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사전투표소 앞에는 부정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청년과 유튜버 5∼6명이 모였다. 이들은 투표를 마친 이들에게 의심하듯 "대학생인데 교수님이 숙제를 내주셨다"라며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냐"라고 물었다.

일부 단체 회원들은 강남구를 비롯한 투표소 곳곳에서 부정선거를 감시한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투표소에 들어서는 이들을 촬영하고 계수기로 인원을 세기도 했다.

부정 선거론이 확산하면서 혐중 정서를 자극해 이주민에 대한 차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이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려면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만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이 없더라도 국내 영주 자격을 취득한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겐 지방선거 투표권이 주어지지만 대선과 총선에는 여전히 참여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약 40만명의 '지방선거 투표권' 획득을 목적으로 법을 시행했다. 우리가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 재일 한국인도 투표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2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부여 기준을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 투표는 이날 오후 6시에 마무리된다. 본투표는 오는 6월 3일에 열린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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