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정왕동 미관광장에 2000여명 운집
각국 전통의상 차림 퍼레이드···퍼포먼스도
'영주권 신청' 목전 둔 외국인 자율방범대원
방글라 국적 방문객 "할랄 음식 팔길 기대"
자녀가 커서 근로 시간 늘리겠다는 中 부부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 각양각색 전통의상을 갖춰 입은 이들이 활짝 웃으며 행진한다.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사이 노란 조끼를 입은 외국인 자율방범대가 이들을 인도한다.

25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미관광장에서는 제18회 세계인의날 축제가 열렸다.  /허아은 기자
25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미관광장에서는 제18회 세계인의날 축제가 열렸다.  /허아은 기자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날 시흥시 정왕동에서는 제18회 시흥시 세계인의날 축제가 열렸다. 시흥시는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7만5000명가량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 수로는 전국 3위에 이름을 올린다. 미관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인의 날' 축제에는 시민과 외국인 2000여 명이 함께 모여 전통의상 퍼레이드, 음식 체험, 직업 상담 등 다양한 행사를 즐겼다.

이날 축제의 문을 연 것은 각국의 전통의상 퍼레이드였다. 중국, 태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 여러 캄보디아팀은 치밀한 준비로 눈길을 끌었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의 기념 촬영 요청이 이어졌고, 이어진 무대에선 직접 전통 무용도 선보였다. 미얀마 참가자들은 대기 중에도 음악에 맞춰 즉석에서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웠고, 시민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을 흔들거나 포즈를 취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미얀마 국적 참석자들은 퍼레이드 출발을 위해 대기하는 와중에도 춤과 악기 연주를 선보였다. /허아은 기자
미얀마 국적 참석자들은 퍼레이드 출발을 위해 대기하는 와중에도 춤과 악기 연주를 선보였다. /허아은 기자

퍼레이드가 끝난 후 기념식이 시작되기 전 국민의례가 진행되면서 다소 어색한 장면도 연출됐다. 한국인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해 경례'를 했지만 다수의 외국인 방문객들은 낯선 의식에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에는 각국 문화를 소개하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베트남의 대나무피리 만들기, 러시아 마트료시카 채색 체험 등은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됐다.

사회적기업 '이음교육'의 손혜빈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강사로 활동 중"이라며 "이음교육은 시흥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 다양한 문화를 지역 안에서 직접 문화를 소개하고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음식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재시흥교민회가 운영한 음식 부스 앞에는 음식 판매 개시 시각인 오후 2시 이전부터 긴 대기줄이 생겼다. 일본 국적의 한 관람객은 필리핀 전통음식 '수만'을 맛보기 위해 퍼레이드가 끝나기도 전부터 줄을 섰다고 밝혔다.

재시흥베트남교민회 부스에서는 반쎄우가 준비됐다. 부스 앞쪽에 서서 홍보를 맡은 포방돔(25) 씨는 "손님이 아직 많이 오진 않았지만 한국 거주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모여 이런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시흥에 정착한 지 3년째며 인근 기업체에서 철근을 가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포방돔 씨(맨 왼쪽)는 한국에 온 지 3년차, 행사에도 3년째 참석하고 있다. /허아은 기자
포방돔 씨(맨 왼쪽)는 한국에 온 지 3년차, 행사에도 3년째 참석하고 있다. /허아은 기자

재시흥미얀마교민회 부스 운영자들은 한국어와 영어가 미숙했지만 웃음과 눈짓으로 내국인 방문객과 소통했다. 중년 내국인 남성이 "오늘 행사가 어떻냐"고 묻자 미얀마 전통음식 '쉐떠컷쇠'를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자원봉사자들 가운데는 외국인도 다수 참여했다. 모로코 출신의 하나아 씨는 4년 전 자동차 딜러가 되는 꿈을 품고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한국어와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사업체를 꾸리기 전 여러 한국인을 만나보고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부스를 지킨 기니 출신 바체로 씨는 경기과학기술대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 중이다. 그는 "졸업 후엔 한국 기업에 취업해 계속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시화병원은 시흥시의 큰 종합병원 중 하나다. 시화병원도 이날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의료지원 활동을 펼쳤다. 이날은 중국 출신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이 현장에서 대기했다. 나은진 국제진료센터 팀장은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의료 봉사로 참여했다"며 손등을 다친 어린이의 상처를 치료했다.

시흥시여성일자리센터 역시 부스를 열었다. 해당 부스에는 취업 상담을 받으려는 외국인 여성이 꾸준히 방문했다. 중국 국적 신홍(33) 씨는 10살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마찬가지로 중국 국적 남편과 결혼한 13년 전부터 시흥시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일하고 있지만 아이가 크면서 근무시간이 더 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살짜리 딸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닌다. 그는 '딸의 하교 이후 돌봄에 문제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학원으로 돌린다"며 내국인 학부모와 다를 바 없는 대답을 했다. 센터 관계자 변원자 씨는 "시화산단 업체에서 결혼이주 여성을 고용하려는 업체가 아주 많으며 센터는 이들을 연결해 주고 있다"며 "오늘만 해도 7명이 상담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국적 신홍 씨가 시흥시여성일자리센터 부스에서 이직을 위해 상담받고 있다. /허아은 기자
중국 국적 신홍 씨가 시흥시여성일자리센터 부스에서 이직을 위해 상담받고 있다. /허아은 기자

캄보디아 출신 사이(30) 씨는 자율방범대원으로서 이날 행사장 질서 유지를 맡았다. 시흥에서 거주한 지 10년이 된 그는 "행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와줘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 영주권 신청을 준비 중이다.

시흥경찰서 관계자는 "외국인 자율방범대는 시흥시청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흥경찰서는 이분들과 공조와 협력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찰서 부스에선 어린이들을 위한 경찰복 체험도 운영됐다. 외국인 아동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정왕2동 자치회 '정이마을'은 라디오DJ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현장에서 방송을 체험한 내국인 여아는 체험 이후 소감으로 "DJ가 되고 싶어들은 유튜브 채널 '정이마을방송국'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김덕용 회장은 "정왕2동엔 외국인 주민이 많아 중국어, 일본어 방송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 중에는 근처에서 크리켓 경기를 하고 온 방글라데시 출신의 아크라메, 리봉, 하닙 씨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5년 이상 한국에서 거주 중이라고 했다. 리봉 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근무 중이며 아크라메와 하닙 씨는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크라메 씨는 "방금 도착했는데 셋 다 무슬림이라 음식 부스 중 할랄 음식 취급하는 곳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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