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 구축
윤여원 대표 사회공헌만 담당
실적 부진에 경영 일선 배제
주식 반환 소송 등 법정 공방

콜마홀딩스의 건강기능식품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가 이승화 사내이사, 윤상현 부회장, 윤여원 사장이 대표를 맡는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한다. 윤 사장은 경영 일선에선 배제돼 사회공헌활동만을 담당하기로 했다. 사실상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서 장남인 윤 부회장의 승리라는 시각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콜마홀딩스는 전날 서울 서초구 콜마비앤에이치 사옥에서 열린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서 이승화 사내이사, 윤상현 부회장의 각자 대표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사회 의결은 전문성을 강화한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생명과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을 변화시키는 한편 그룹과의 시너지 제고로 콜마비앤에이치를 그룹의 핵심 기업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화 신임 대표이사는 사업 및 경영 전반을 이끈다. 이 대표는 CJ제일제당 경영리더, CJ㈜ 부사장, CJ프레시웨이 상무,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이사 등을 역임한 전략 전문가다. 글로벌 제조·유통 및 컨설팅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과 정렬된 실행 체계를 바탕으로 콜마비앤에이치의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사업 경쟁력 강화, 수익성 제고를 중심으로 한 경영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상현 신임 대표이사는 콜마그룹의 부회장으로서 콜마비앤에이치의 중장기 비전 수립 및 전략 자문 역할을 맡는다. 윤 부회장은 무보수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2026년 3월 정기 이사회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이 기간 동안 신임 이승화 대표이사와 윤여원 대표이사의 체제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그룹 차원의 전략적 방향성과 시너지를 강화해 콜마비앤에이치의 지속성장 기반을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윤여원 대표이사는 대외 사회공헌활동만을 담당하며 경영 일선에서 배제됐다. 윤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할 예정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윤 대표는 대표직은 유지하되 경영 의사결정 등 회사 경영 전반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는 예상된 결과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앞서 임시 주총을 통해 윤 대표에 각을 세웠던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의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 선임 건이 통과됐다. 다만 애초에 윤 대표의 해임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어 이번 대표직 유지는 어느 정도 타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윤 부회장은 콜마BNH의 실적 부진을 근거로 자신과 이 대표의 경영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윤 대표는 이를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받아들여 반발해왔다. 실제로 콜마BNH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은 2020년 956억원에서 지난해 239억원으로 75% 급감했으며, 영업이익률도 17.8%에서 5.1%로 크게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 속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윤 부회장과 이승화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 과반을 확보했고, 윤 부회장은 지주사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콜마홀딩스가 보유한 콜마BNH 지분 44.63%를 통해 사실상 경영 결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승화 신임 대표이사는 “지주사인 홀딩스와 긴밀히 연계해 상장사에 걸맞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기업 성장을 통해 재도약과 주주가치 제고를 실현하겠다”며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이 포괄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라이프사이언스 기반의 신소재·신기술·신제형 중심의 사업모델로 진화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갈등은 여전히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오는 23일에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아들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 반환 소송의 첫 변론이 진행된다. 윤 회장이 과거 증여했던 지분을 돌려달라며 직접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족 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진 상황이다. 이어 29일에는 콜마홀딩스 이사회 구성 변경을 논의하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윤 회장은 본인과 딸 윤 대표 등 총 10명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경영권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