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세종시로 완전 이전 공약
국민 광범위 공감 어려워
국회와 대통령 활동 장소

국회 세종의사당 (PG) /연합뉴스
국회 세종의사당 (PG) /연합뉴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천도가 갖는 의미는 ‘기득권의 교체’를 상징했다. 즉 새로운 왕조가 건설되면 과거 왕조에 기생하던 기득권 계급을 ‘청산’하는 절차가 항상 수반됐으며 이러한 기득권을 청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바로 천도였다. 예컨대 고려 왕조가 창건된 이후 수도를 개성으로 정한 것이나 조선 왕조가 들어설 때 수도를 한양으로 정한 이유 중 하나는 이전 왕조의 기득권을 청산하는 데에 있었다. 

이처럼 천도를 통해 전 왕조의 기득권을 청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의 열악한 교통수단과 통신 수단의 부재로 인해 지역 간 교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지금 수도를 옮긴다는 것이 과거와같이 ‘기득권 교체’라는 의미를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최근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세종시로 수도를 완전히 이전하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국민의 광범위한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수도 이전을 주장했을 때 그 충격은 상당했다. 왜냐하면 그러한 주장이 당시에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종시 천도 주장을 유권자들이 신선하게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새삼스럽다’라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현재 세종시로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주장은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조선왕조 이래 600여 년간의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행이므로 이는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이라며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려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개헌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동시에 “입법기관의 ‘직무 소재지’는 수도로서의 성격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대통령의 대내외적 활동 역시 그 활동이 수행되는 장소에 ‘수도적인 성격’을 부여한다”라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수도’라는 개념은 국회와 대통령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의미하며 이를 변경하려면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따르면 대선 직후 세종시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주장은 ‘위헌’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선 후보 중에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위헌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대통령 집무실이나 국회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시가 ‘관문 도시’의 성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관문 도시’란 외국에서 해당 국가로 접근하기 가장 용이한 도시를 말하며 인천 공항이 있는 인천과 그에 인접한 서울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세종시로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일부 주자들은 세종시 인근에 공항을 새로 건설하면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지만, 단순히 공항이 생긴다고 해서 그 도시가 곧바로 관문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관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주장은 정치 공학적으로도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대선 주자들이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세종시의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4월 2주 차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1년 5개월 만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수도권 주민들이 자신의 자산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결국 수(數)싸움이다. 충청권의 표심을 얻기 위해 수도권 민심의 지지를 포기한다면 이는 결코 전략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없다. 나아가 충청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에는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내포돼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주장은 대선을 치르기 위한 전략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이런 주장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공약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경제신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sh@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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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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