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대통령 1인 전횡에 좌지우지
입법부 국가 위기 상황서 책임 회피
사법부 선고까지 오랜 시간에 비판
전문가 "각 기관 신뢰 회복에 힘써야"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지만 그 배경이 된 12.3 불법 계엄 사태의 후폭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행정부·입법부·사법부 모두 많은 비판을 받자 정치권과 사법부가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12.3 불법 계엄 사태와 그로 인한 탄핵 정국이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수반으로 있는 행정부의 경우 가장 큰 비판을 받는다. 행정부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각부를 통할하고 장관은 소관 부처를 지휘·감독해 국회에서 법률로 정한 사안들을 집행하는 부서다. 대통령실(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를 아우르는 말)도 행정부에 포함된다.
일부 전문가는 행정부가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 1인의 전횡으로 좌지우지됐다고 지적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공무원은 법적으로 정치적인 중립자"라며 "대통령의 말이라도 정치적 중립을 흔드는 발언을 공무원이 따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한국 공무원들 그중에서도 고위 공직자의 경우 대통령보다 더 정치적"이라며 "이런 것들이 결국 우리 사회의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의 계엄 연루 의혹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다.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뒤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방문할 때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과 최병옥 국방 비서관이 수행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12월 12일 드러났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합참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휴대전화 변경도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 15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비상계엄 직후나 국회의 탄핵안 가결 전후에 휴대전화기를 교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지난 2월까지 모두 6차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틀 동안 무려 3차례 휴대전화를 바꿨다.
또한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제20대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권한대행기관에 대한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의 주체가 대통령기록관이 아닌 대통령비서실로 파악되면서 계엄 문건 등 주요 기록물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법을 제정하는 기관인 입법부 역시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불법 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국가적 위기 대응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국회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했다는 평을 받는다. 국민의힘은 50여 명의 의원들이 계엄 해제 결의안 투표 당시 여의도 당사 혹은 국회 안에 있으면서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힘 의원들은 이후 진행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도 대부분 불참했다. 2차 표결에서도 이탈 표가 많지 않아 이를 문제 삼는 의견이 있었다.
민주당도 '줄탄핵' 시도를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전원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서도 "국회는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라고 꾸짖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에도 협치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도 사법의 정치화가 일상화됐다는 쓴소리를 듣는 건 비슷하다. 헌재도 만장일치 탄핵 판결이 나왔지만 탄핵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려 여러 비판을 받았다. 헌재는 변론 종결 35일 만인 4월 4일에 탄핵 선고를 했다. 애초 전직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을 고려해 3월 둘째 주에 선고가 발표될 것이란 예상과는 차이를 보인 셈이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파면 이후에도 탄핵 반대파 중 일부는 헌재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결정에 법치주의 정신보다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본다. 헌재가 계엄의 위헌성을 인정했지만 내란죄 판단은 회피했다는 것이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을 맡은 재판부가 지난달 7일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취소를 결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각 기관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 정치평론가는 "사법부의·행정부의 정상화는 차기 정부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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