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신용 등급 발표 전야 긴장 고조
메자닌 포함 3800억 조달 시나리오
재무구조 악순환에 조달 비용 급등

롯데그룹의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 예정된 국내 신용평가사의 정기 신용등급 평정 발표를 앞두고 그룹 주요 계열사 상당수가 부정적' 등급 전망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하향 압력에 직면해 있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풋옵션 행사 사태는 단일 계열사 문제가 아닌 그룹 전반의 불안정성을 노출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대 주주인 에이치PE(LLH)가 600만주 이상의 보유 지분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약 38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인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문제는 그룹 재무팀이 전체의 약 30%에 해당하는 자금을 교환사채(EB) 형태로 사모펀드 등 외부 금융기관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이른바 ‘메자닌’ 방식으로 마련하는 시나리오는 단기적으로 풋옵션 대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자닌 조달은 외형상 '버팀목'이지만 본질은 '기업가치 희석'과 '부채 확대'로 이어진다. 재무적 투자자(FI)의 수익 요구치가 높을수록 이자 비용과 보장 부담은 커지고 롯데 전체의 재무구조는 더욱 취약해진다. 예를 들어 그룹 주력사인 롯데케미칼은 AA-로 등급이 하락한 데 이어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모회사인 롯데지주의 신용도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번 전환사채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 일각에선 롯데 계열 자산의 담보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비상장 주식은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담보가치 산정의 객관성이나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약점이 많다.
더구나 롯데처럼 복잡한 출자 구조와 내부 자금 순환에 의존하는 대기업 집단의 경우 비상장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면 시장에서는 이를 실질 담보력과는 거리가 있는 평가상 담보에 의존하는 조달 방식으로 인식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 무산에 이어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3800억원대 풋옵션 재매입 결정은 그룹 전반의 레버리지 구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그룹의 재무 여건과 시장 신뢰를 감안하면 중장기 유동성 전략과 위기 대응 기조를 총괄하는 내부 의사결정 체계 전반이 중대한 시험대에 설 수 있다”며 “무엇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할 수 있는 통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