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손실 4341억 어닝쇼크
유럽 업체에 공급망 집중된 역풍
GM과 합작 공장도 2~3년 걸릴 듯

삼성SDI가 2025년 1분기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효과를 누린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미국 내 단독 생산시설 부재가 '역성장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25일 삼성SDI는 1분기 매출 3조1768억원, 영업손실 434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흑자에서 적자 전환됐으며 IRA 세액공제 1094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손실은 5000억원에 달한다. 매출도 1년 전보다 34% 급감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2조8330억원, 영업손실 3187억원으로, 실제 성적은 이를 크게 하회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81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SK온도 2800억원 내외 손실로 전년 동기보다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삼성SDI의 부진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한다. 하나는 IRA 보조금 혜택의 부재 또 하나는 고객 포트폴리오의 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폭스바겐, 쉐보레, 기아 등 미국 중심의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SK온도 현대차 그룹을 기반으로 미국 수요 회복에 연동돼 있다.
반면 삼성SDI는 BMW, 아우디 등 유럽 업체에 집중돼 있다. 유럽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으로 이들 고객사의 재고조정이 길어졌고 납품량도 줄었다. 올해 1~2월 배터리 사용량 기준으로 삼성SDI는 유일하게 전년 대비 22.2% 역성장을 기록했다.
IRA 보조금 규모에서도 격차가 뚜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세액공제로 4577억원을 확보했고 SK온도 약 95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단독 공장이 없어 보조금 수혜가 거의 없었다. 결국 미국 현지 정면 돌파 말고는 출구 전략이 없는 셈이다.
이에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1조7282억원을 조달해 GM과의 합작 공장 등 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IRA 적용을 위한 현지 생산 기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배터리는 시설투자에서 양산까지 최소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적자가 불가피한 비용이란 평가도 있다.
삼성SDI는 이번 분기를 저점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유럽 전기차 수요 회복과 미국 내 생산 전환을 통해 2분기부터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유럽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출하량이 회복될 것"이라며 "저점 관점에서 접근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IRA 정책 자체가 트럼프 정부에서 취소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삼성SDI의 사업 전망이 여전히 구조적 리스크 아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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