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대통령 탄핵 비극적
사회적 양극화 극단
상원 하원 양원제로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4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 /연합뉴스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4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 국회의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신속하게 개헌을 추진하자”라며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원식 의장의 이 같은 제안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 1987년 개헌 당시에는 장기 집권을 막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사안들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당시와 지금은 사회 전반이 크게 달라졌다. 물론 법이 세상의 변화를 제때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는 하나 우리는 그동안 헌법 체계의 정비에 지나치게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권력 구조 또한 지금과 같은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현재 상황이 왜 비극적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는 그 자체로 비극적인 일이다. 

우리는 이런 비극을 지난 8년 동안 두 차례나 겪었다. 미국에서는 역사상 대통령 탄핵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8년 사이 두 번의 탄핵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 체계에 분명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미국 대통령들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서 탄핵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국에서도 워터게이트, 리크 게이트, 이란 콘트라 게이트, 지퍼 게이트 등 현직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사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이 대통령 탄핵까지 가지 않은 이유는 닉슨 전 대통령처럼 탄핵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물러난 사례도 있었고 미국 사회가 대통령 탄핵이 가져오는 막대한 후유증을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탄핵이 남긴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는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우리나라 정치권은 완전히 양분되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이러한 정치적 양분화가 사회적 양극화로까지 확산하였다. 

이번에도 또다시 대통령 탄핵이 발생했으니 이제는 사회적 양극화가 극단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비극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현재의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잦은 탄핵의 원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의회를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상원이 하원의 결정을 견제하도록 한다면 지금처럼 정부 구성원들에 대한 잦은 탄핵은 줄어들 것이고 잦은 탄핵 시도가 줄어들면 대통령이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말도 안 되는 행위를 저질러 탄핵당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개헌의 필요성은 정치권 인사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필요성’과 ‘절박성’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에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으나 개헌에 대한 절박감을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의 개헌 주장에 대해 민주당 구성원 다수는 ‘내란의 완전한 종식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 역시 개헌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다수는 개헌의 필요성과 절박성 모두에 공감하고 있으나 김문수 장관만은 개헌 추진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자신이 권력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하는 이들은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국민의힘 대선 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장관의 태도에서 이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 구성원 다수가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개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중대한 과제다.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개헌을 약속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것이다. 향후 이들이 개헌과 관련해 국민에게 어떤 입장을 보일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경제신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sh@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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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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