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방침, 한국은 25%
글로벌 통상전쟁 확대 본격화
전문가 "최악의 시나리오, 비상"
투자자 "주식 대신 예금 넣을 것"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부과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부과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외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전문가와 투자자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란 행사를 열고 상호 관세 방침을 발표했다.

주요 국가별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에도 각각 관세가 적용됐다.

미국이 일부 국가와 품목을 넘어 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글로벌 통상전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는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질 수 있다.

100년 만에 가장 큰 폭이라는 관세율 인상에 전문가들은 일제히 목소리를 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보편관세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웠던 발표"라며 "정책이 공개된 이후 모든 지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1930년 스무트 홀리법 시행 이후 미국 평균 실효 관세율은 20%까지 상승했다"며 "이번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미국 평균 실효관세율은 28%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보편적 관세율은 10%지만 소위 더티 15개국 등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더욱이 20%의 상호관세율이 부과된 EU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아시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분기부터 대미 혹은 대아세안 수출 둔화 등으로 국내 성장률의 추가 둔화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일부에서 언급되던 올해 0%대 성장률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라며 "동시에 헌재의 탄핵 결정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즉 1500원선을 재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전망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트럼프 관세 부과 발표로 국내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 중반대로 예상됐지만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더 하락할 가능성 있다. 이미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 감소가 가시화되면 내수 심리가 더욱 위축되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에 "관세 자체보다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만약 25% 관세를 확정적으로 부과한다고 하면 기업들은 오히려 이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했다. 이어 "경제는 불확실성에 더 취약한데, 트럼프의 이 같은 관세 발표는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런 상호관세 발표에 주식시장도 소용돌이치고 있다.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인 3일 개장과 동시에 2.73% 내린 2437.43을 기록하는 등 급락세로 출발했다.

오후 1시 30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0포인트(0.8%) 하락한 2485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7% 넘게 내려 2440선 아래에서 장을 시작했지만 꾸준히 낙폭이 작아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9500억원 규모 순매도하고 있다. 다만 기관이 장중 순매수세로 돌아섰고, 개인이 7500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장 초반에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 큰 폭 하락했지만 일부 종목은 반등했다. 주가가 큰 폭 내리는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미국 관세 부과에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이다.

직장인 이모 씨(남·34)는 본지에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 몰라 주식시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키움증권을 이용하고 있는데 잠깐 주식 거래가 마비되기도 해서 큰 불편을 겪었다. 당분간은 주식을 관망하는 상황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토스증권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원금이 보장되고 이자를 3% 주는 예금이나 들자"며 "바이든이 그립다. 그는 천사였다. 앞으로 병원에서 저혈압 환자에게는 주식을 하라고 하면 될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해당 글엔 대댓글과 큰 공감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 B씨는 "현재 모든 악재는 다 반영된 상황 같다. 지금이 추매(추가 매수) 타이밍"이라며 "나무가 아닌 숲을 보자. 관세는 차라리 지금 세게 하는 게 오히려 낫다. 언제까지 하락장일 수는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빨리 하락의 끝을 보는 게 훨씬 좋아 보인다. 걱정말고 길게 보자. 다 지나가는 과정이다"는 글을 남겼다.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칠 경우 코스피의 부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 추가 조정 리스크에 노출될 여지가 커져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동시에 수출 경기 악화에 대비해 강력한 내수 부양정책이 추진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미국 해방의 날로 표현했지만 글로벌 경제는 신보호무역주의 시대로 진입하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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