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헌법 제84조 해석 여야 갈려
조기 대선 시 판결 날짜 변수
사법이 정치 지배하는 현실

이번 주는 이른바 대한민국 정치판의 ‘슈퍼 위크’다.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심판은 기각됐는데 이는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이미 예상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정치권의 관심사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심 선고에 몰릴 수밖에 없다. 26일에 예정돼 있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2심 판결은 경우에 따라서 대한민국 정치판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일단 이재명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민주당은 다가올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겠지만 상황이 꼭 그렇게 흘러갈 것 같지만은 않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이번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됐더라도 여전히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2심 판결과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이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면 결국 또다시 대선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이 조기 대선 가능성을 언급하는 근거는 헌법 제84조에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조항을 형사상 불소추란 현직 대통령이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제외한 범죄에 대해 기소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진행되던 재판이 중단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이런 입장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관련 재판은 계속될 것이고 그중 하나라도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 대표는 대통령의 지위를 즉각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다시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를 다르게 해석한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명문화한 이유는 대통령이 임기 동안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헌법의 취지에 따르면 신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재판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정치적 논란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만일 이재명 대표가 1심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는다면 정치판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든 유죄 판결을 받든 이번 2심은 최종 판결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내릴 시점이 언제인지 그리고 대선 일이 언제인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심 판결이 3월 26일에 예정되어 있는 만큼 상고가 이뤄질 경우 빠르면 4월 26일부터 대법원이 해당 사건의 심리에 들어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항소에서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는 데는 약 한 달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만일 대법원이 그동안 강조해 온 선거법 위반 재판의 '6·3·3 원칙' 즉 1심 6개월 2심과 3심 각각 3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한다면 7월 26일 이전에는 최종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이 지금까지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속한 판결을 내리거나 국민이 대선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기에 선고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조기 대선이 언제 치러질 수 있는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예를 들어 대선이 5월 말이나 6월 초에 치러진다고 가정할 경우 대법원은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 이전에 내려질 것인지에 대한 여부가 민주당의 중요한 관심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심 선고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대법원의 판결 시기는 대한민국 정치권을 다시 한번 크게 흔들 수 있다. 사법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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