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만 1518억원 발행, 2년 새 최다
이인영 "기업회생 준비 정황, 진상 규명해야"

홈플러스의 ABSTB 발행량이 지난해 1조3700억원을 넘겨, 전년 대비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홈플러스의 ABSTB 발행량이 지난해 1조3700억원을 넘겨, 전년 대비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홈플러스가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한 자산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이 작년 말부터 급증해, 회생신청 직전인 지난달에는 최근 2년 새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이르면 지난해 말 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518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기준 최근 2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작년 신영증권의 ABSTB 발행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ABSTB 발행액이 3608억원으로 전년 동기(2670억원)대비 35% 늘면서, 증가 속도가 빨라진 데 이어 지난달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을 단독 주관하고, 투자자와 다른 증권사에 판매했다. BNK투자증권, 한양증권, DS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도 CP,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주관했지만, 신영증권의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ABSTB·CP·단기사채 주관 발행 총액은 전년보다 42.1% 급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은 49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285억원)보다 50.6% 늘면서 증가폭이 컸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규모는 약 2000억원,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신영증권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 채권을 발행해 왔는지를 규명 중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3일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2곳 대상 검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을 신용평가사에서 전달받은 지난달 25일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해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된 뒤 이달 4일 자정께 기습적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부터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한 것을 두고 그보다 먼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생 신청을 계획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홈플러스는 3년 전부터 신용등급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에 적자가 더 누적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시장 관행상 사전에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홈플러스의 자산 공정가치 평가를 두고 국민연금 등과 이견이 있던 점도 작년 연말 내지 올해 2월 초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인영 의원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채권 발행을 요청했거나 실행했다면 이는 투자자 기만행위로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카드매입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만큼 MBK와 홈플러스가 사전에 재고를 확보하며 기업회생을 준비한 정황이 있다면 이에 대한 진상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홈플러스의 주주사인 MBK파트너스는 전날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을 발표하면서 홈플러스 ABSTB와 관련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분들과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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