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하락에 회생 신청했다더니
홈플러스 "등급하락 미리 알아"
"2월 25일 신용등급 하락 예비평정 사실 인지"

지난 12일 홈플러스 매장 내에 모델 김수현 사진이 걸려있는 모습 /류빈 기자
지난 12일 홈플러스 매장 내에 모델 김수현 사진이 걸려있는 모습 /류빈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와 관련해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이 공시된 2월 28일보다 하루 앞선 27일에 이를 인지했다고 밝혔으나, 25일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사실을 번복했다. 이에 신용등급 하락을 통보받은 뒤에 서울회생법인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기존 입장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에 신용등급 하락을 알게 됐으며, 이날은 82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발행된 날이다. 이에 대해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면서도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지난 4일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2일 “지난달 27일 오후 5시에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홈플러스는 “25일 오후 4시에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 받았으며, 재심의 신청 여부 확인 요청을 받았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홈플러스는 ABSTB와 관련된 채권 승인이 이미 24일에 완료됐고 카드사와의 약정이 25일 전날에 마무리됐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25일에 카드사에서 대금 지급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에 대한 논란은 ABSTB 발행과 관련된 책임 소재와 연결된다. 피해자들은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액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 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홈플러스가 발행한 채권이 무담보채권임을 알지 못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4시 홈플러스 회생신청과 관련해 언론 등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과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홈플러스 CP(기업어음)등의 인수증권사인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2곳을 대상으로 검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도 끊이질 않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남(법원과 채권단)의 손을 빌려 홈플러스를 안락사시키려 한다"며 MBK를 제외한 직영직원, 협력업체와 직원, 소비자,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2조원 금융부채 중 메리츠금융그룹이 1조2000억원의 담보 채권과 61개의 자가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6000억원은 국민연금이, 700억원은 새마을금고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또한, RCPS는 처음 7000억원으로 시작해 배당금 등을 포함해 1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이 3000억원을 회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배당금으로 받은 금액이고, 원금과 이자 포함 약 1조원이 홈플러스에 부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모펀드의 주된 전략은 구조조정으로 매매차익 극대화가 목표이고, 피인수 기업은 현금이나 자산을 약탈하기 위한 대상에 불과하다"며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자기 돈을 적게 쓰고, 홈플러스가 자기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빚과 이자 책임을 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홈플러스 경영위기의 원인은 포화상태에 이른 마트산업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발생할 수 없는 홈플러스 구조 문제 때문"이라며 "이 책임은 매입 당시 차입한 비용에 대한 이자를 홈플러스에 떠넘긴 MBK에 있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14일 오전 10시에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기자간담회에는 김광일 MBK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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