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기 먹는 하마’인데
산업용 요금 25년간 227% 인상돼
AI시대 '전력=국력'인데 한국 거꾸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센터.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센터. /마이크로소프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국내 기업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기 사용이 많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IT나 반도체 기업들은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로 앱과 서비스 심지어 데이터까지 이전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의하면 2000년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주택용 요금이 ㎾h(킬로와트시)당 107원에서 152원으로 42% 오르는 동안 산업용 요금은 58원에서 190.4원으로 227% 인상됐다. 그 결과 2023년부터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문제는 정부의 산업용 요금 끌어올리기 인상 기세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란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9.7%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인상 계획을 갖고 있다. 한전의 심각한 재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이다. 

이에 전기요금 부담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는 기업들은 더이상 체감 수준이 아니라 실제적인 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응답 기업의 79.7%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53.0%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지속되면 경영전략이나 투자계획을 재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19%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나라로 이전할 의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부담으로 국내투자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산업용 전기가 민수용 전기보다 더 싼 게 정상적인 국가의 전력 시스템”이라며 “우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산업용만 올려버리니까 산업들이 지금 외국으로 뛰쳐 나가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I를 주력으로 하는 IT 분야가 체감하는 바는 매우 크다. 24시간 서버 가동과 내부 온도·습도 유지에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IT업계에 따르면 개인이 구글 서치할 때 AI가 가동되면 전기요금이 순간적으로 30배 증가한다. 구글 서치 작업을 3~4시간 정도 하면 한 동 아파트가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그런데 생성형 AI인 챗GPT는 10배에 가까운 전력이 쓰인다. 이미지·영상은 텍스트보다 전력 소모량이 40~60배 더 많다. AI 모델 훈련 한 건에 100가구의 연간 전기 사용량 이상이 들어간다는 추산도 있다.  

네이버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들어가는 전기요금이 경쟁 호스팅·클라우드 업체와 유사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데이터센터 냉방 효율을 높이고, UPS(무정전 전원공급 장치) 최적화에 나서는 등 전기요금 감축을 위한 내부 작업을 진행했다.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 대부분은 냉각 시스템 운영에 활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는 18~27도(평균 22.5도)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내부 온도가 3도만 높아져도 서버·네트워크 등 내부 장비 고장률이 2배 가까이 치솟는다.

IT업계에선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데이터센터 상면·호스팅·클라우드 이용료 상승으로 기업들의 앱·서비스 운영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이 늘어나도 약관에 따라 상면·호스팅·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료를 인상함으로써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로 앱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데이터까지 이전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른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 핵심 서비스의 해외 이전은 어렵지만 자주 이용하지 않고 반응 속도가 느려도 되는 부가 서비스와 데이터는 얼마든지 한국을 떠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데이터 해외 유출과 국내 상면·호스팅·클라우드 산업 경쟁력 약화도 함께 우려된다. 

조홍종 교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는 것은 에너지 자원 분배와 에너지 소비에 적합한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한다”며 “전력 시장 안에서 원가 인상을 억제할 수 있도록 시장 경쟁과 가격 기능을 회복해 합리적인 에너지 시장과 가격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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