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이익 보호에 치중할 경우
경영진 위험 회피 태도 유발
밸류업은 목표 계획 이행 중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여성경제신문DB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여성경제신문DB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과 주주 이익에 미칠 영향을 두고 경영 현장에선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반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의 성장과 투자, 배당 정책, 부실 계열사 지원 등에서 주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고 단기 주가 중심의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경우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개정안 시행 초기에는 법적 판례나 유권 해석이 정립되지 않아 경영진이 보신주의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왔다. 주주행동주의 압력이 커질 경우 기업들이 리스크를 회피하며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감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재계에선 “기업이 이해관계자의 결집체로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금융권에서 진행해 온 ‘상생 금융’ 같은 정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단순한 발표만으로는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실제 실행 여부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32개 대규모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중 11개 지주회사(SK·현대지에프홀딩스·HL홀딩스·아모레퍼시픽그룹·세이베스틸지주·세아홀딩스·LG·롯데지주·동원산업·HD현대·한진칼)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들 중 6개 기업의 주가가 공시 이후 7일간 상승했으며, 현대지에프홀딩스·HL홀딩스·롯데지주·동원산업·한진칼 등 5개 기업은 코스피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효과는 기업별로 차별화된다"며 "시장 신뢰도, 주요 자회사의 업황, 계획의 실효성 등이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만으로는 지주회사의 주가는 상승하지 않는다"며 "실제 계획 이행과 목표 달성이 향후 주가 상승의 핵심 동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거나 목표를 갱신하는 기업들은 주주 가치 확대 방안을 포함할 경우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와 자기자본비용(COE)을 연계해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 등 세부 실행안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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