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검찰총장 고발 논리적 부정합
법원에 먼저 항의했어야 타당
파상공세 尹 입지 오히려 강화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결정했는데 해당 결정은 지금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이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또한 중앙지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돼 있지 않으며 공수처가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다가 그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음을 지적하며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위 사정에 대해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에 관한 대법원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라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재판부가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확인하거나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게 아니므로 보도에 유의해 달라"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법원의 결정을 검찰이 수용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검찰을 맹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의 박찬대 원내대표는 "심 총장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고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채 내란수괴 윤석열을 풀어줬다"라며 "그 자체만으로도 옷을 벗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심 총장을 즉각 고발하기로 했으며 심 총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탄핵 소추를 포함해 모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민주당 지도부의 주장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민주당의 행위에는 ‘약간’의 논리적 부정합이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주장을 요약하면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왜 항고를 안 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검찰이 항고를 안 했다는 것을 문제 삼기 이전에 법원 결정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에 대해 법원에 먼저 항의했어야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런데 법원을 탓하지 않고 검찰을 공격하는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결코 새로운 것이 전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 중 일부가 법원에 의해 의원직 박탈형을 선고받으면 해당 의원들은 예외 없이 검찰을 탓한다. 법원의 판결을 두고 검찰을 비난하는 모양새인데 법원은 문제 삼지 않고 검찰을 비난하는 것은 법원은 검찰에 속아 넘어가기만 하는 ‘어리석은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런 모습과 주장은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논리적 부정합은 이런 부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공수처 역시 민주당의 비난 대상이 돼야 하는데, 공수처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이런 모습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심 총장에 대해 “탄핵 소추를 포함해 모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은 최상목 권한대행의 대행에게도 이런 식의 ‘탄핵 주장’을 드물지 않게 했었다.
민주당이 진짜로 최 권한대행의 대행이나 심우정 검찰 총장을 탄핵하겠다고 나설 경우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탄핵 소추안은 어렵지 않게 국회를 통과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의 정국이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돌아 가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들었던 사안 중의 하나가 바로 민주당에 의한 빈번한 탄핵이었기 때문이다.
즉 민주당이 이번에 또다시 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한다면 국민들은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이 주장했던 비상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민주당도 이런 측면을 알고 있다면 탄핵을 또다시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주당이 ‘탄핵’을 입에 올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의 뇌리에 윤 대통령의 주장을 더욱 깊게 심어 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민주당이 자신들 언행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검찰에 대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는 있지만 이런 행위가 윤 대통령의 입지를 오히려 강화시킨다는 역설을 자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이런 모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설사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