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안목 있는 자, 위기 알아채고 운명 바꿔
경청하지 않는 자, 눈뜬장님과 같아
고위직일수록 조언 듣는 것 즐겨야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많다. 과거 봉건시대의 역사를 봐도 국가의 국운이나 개인의 운명을 바꿀 기회는 많이 있었다.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흘려보냈을 뿐이다. 지나고 보면 그것이 마치 운명이 아닌 숙명인 것처럼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보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충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역사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1774년경 프랑스는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재정총감이었던 튀르고는 프랑스의 재정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여러 개혁을 시도했으나 루이 16세는 튀르고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또한 튀르고가 반대하던 미국독립전쟁에도 개입하며 재정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런 선택이 프랑스 혁명의 단초를 제공했고 루이 16세는 몰락을 자초했다. 나폴레옹의 몰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러시아 원정도 마찬가지다. 나폴레옹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전쟁을 감행했으나 참패하고 엄청난 전력 손실을 입었다.
1591년 조선,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통신사 일행은 상반된 보고를 내놓았다. 서인이었던 황윤길은 "반드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담과 지략이 있는 사람인 듯하였다"라고 주장했고, 동인이었던 김성일은 "침략의 징조를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황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민심을 동요시킨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눈은 쥐와 같아서 두려워할 위인이 못 된다"고 주장했다. 선조는 그 중 김성일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선조는 무능할 뿐만 아니라 사람 보는 눈도 없었다. 결국 일본의 침략으로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선조가 침략에 대비했다면 역사를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어 나라의 운명을 바꿀 기회를 놓쳤다.
누구에게나 운명을 바꿀 기회는 있다. 큰 세상을 관장할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하늘에서는 위험 신호를 반복 재생해 준다. 자연을 통해 조짐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주변 인사 중에 위기를 알아채고 신호음을 전달하는 자가 있다.
그러나 눈 감고 귀 닫고 사는 자는 신호음을 알아듣지 못한다. 더욱이 자만에 빠지면 위기는 한순간에 닥친다. 눈 밝고 안목(眼目) 있는 자는 위기를 알아채고 스스로 운명을 바꾼다. 안목과 지혜 속에는 자신뿐 아니라 역사도 바꿀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사람 보는 안목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경청하지 않는 자는 눈뜬장님과 같다.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조언을 알아듣지 못하며 결국 무시한다. 그럼 운명의 궤적을 바꿀 기회를 놓친다. 재벌 회장, 조직의 우두머리, 권력자 등 고위직일수록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가 믿고 싶지 않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내친다. 진심 어린 충언과 간교한 설탕 발림을 구분하지 못한다. 때로는 간사하지만 달콤한 속삭임을 즐기기도 한다. 종국에는 스스로 옳다는 확신에 도취해 벼랑 끝인 줄도 모르고 내달린다. 비로소 현실을 깨닫고 후회가 밀물처럼 몰려와도 때는 늦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꾸려면 눈과 귀가 열려있어야 한다. 스스로 옳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것과 같다. 지위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다. 책을 많이 읽었든 일자무식이든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안목이나 지혜가 완벽한 사람은 없다. 직급이 높다고 더 똑똑하거나 현명한 것은 아니다. 고위직일수록 조언 듣는 것을 즐겨야 한다. 안목과 지혜를 차용하는 자가 용기 있는 인물이고 고수다.
자만이나 오만은 무식함이나 간사함보다 치명적이다. 간사한 자는 자신이 왜 죽는지는 알고 죽는다. 그러나 자만이나 오만에 빠진 자는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언제 죽는지도 모른 채 죽는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통하고 분할 뿐 그 이유를 모른다.
리더일수록, 고위직일수록, 권한이 많을수록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사람(人)과 사안(事)의 경중을 잘 헤아려야 한다. 진위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게 바로 운명을 개척하는 인사(人事)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불편한 조언은 외면하는 순간 운명을 바꿀 기회가 사라진다. 인사를 실패하면 아무리 높은 탑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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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권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