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비용 효율성으로 美에 도전"
美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1위 기록
엔비디아, 대중 수출 규제 강화 전망
韓도 中이 얻은 자신감 배울 수 있어야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이른바 '딥시크 쇼크'가 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이른바 '딥시크 쇼크'가 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이른바 '딥시크 쇼크'가 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 속에서도 저사양·저비용으로 오픈 AI 챗GPT에 필적하는 성능을 구현하며 그 '비결'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가성비 AI' 모델로 미국 빅테크를 흔들고 있다. 딥시크는 이달 20일 오픈AI의 'o1' 모델과 경쟁하는 'R1' 시리즈를 공개했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으로 전문가 혼합(Mixture-of-Experts·MoE) 아키텍처를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출시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500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딥시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H800 반도체를 활용해 챗GPT 개발비의 약 5.6%로 챗GPT에 필적하는 AI 모델을 구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특히 딥시크는 최신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인 A100이나 H100을 사용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구현했다. 딥시크가 활용한 H800은 엔비디아가 H100을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저사양 모델이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딥시크의 AI 어시스턴트가 미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딥시크의 AI 어시스턴트가 미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딥시크의 AI 어시스턴트가 미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 출범 초기 단계인 만큼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엔비디아의 H20 칩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H20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에 따라 엔비디아가 저사양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딥시크의 등장은 AI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미국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딥시크가 최신 GPU 없이도 AI 모델을 구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MoE 아키텍처다. 딥시크는 고효율 LLM 기술을 적용해 자체 AI 아키텍처를 개발했으며 특정 작업에 필요한 '전문가' 모델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전체 매개변수 6710억 개 중 370억 개(5%)만 활용한다. 이를 통해 단시간에 최적의 답변을 도출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컴퓨팅 자원을 최적화해 데이터 압축과 전송 병목 현상을 최소화함으로써 GPU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최고 데이터센터 구축 전문가 차상균 서울대 특임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MoE 아키텍처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기술로 여러 기업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기업들은 기존 연구 방향을 유지하며 전환 속도가 느렸던 반면 딥시크는 후발 주자로서 새로운 방식을 신속하게 적용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AI 시장이 비용 효율성에 더욱 민감해질 것"이라며 "이는 전체 AI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차상균 교수는 딥시크의 성과만으로 모든 장벽을 뛰어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데이터 보안 문제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중국산 AI 모델을 쉽게 채택하기 어렵다"며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중국을 밀어주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은 30일 전 세계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소속 구성원의 딥시크 AI 챗봇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이버보안 업체 아르미스의 나디르 이즈라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수백 개의 기업, 특히 정부와 연관된 기관들이 중국 정부로의 잠재적 데이터 유출과 개인정보 보호 취약성을 우려해 직원들의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딥시크의 개인정보 보호 약관에 따라 이용자 데이터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되며 관련 분쟁은 중국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날 "이르면 오늘 딥시크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해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 방식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교수는 중국의 글로벌 기술 패권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AI 기술 경쟁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인재 수준·자본 규모·자유로운 연구 환경 등에서 여전히 미국이 우위에 있다"며 "단기간 내 미국을 따라잡기보다는 이번 성과를 통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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