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회, '제2의 딥시크' 육성 정책 본격화
중국 주요 대학 AI 인재 양성을 위해 총력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모교 저장대 관심↑
"선배라는 점이 학생들 사이서 큰 자부심"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우리는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저장성 당 위원회 서기로 재직할 당시 저장성이 한국을 벤치마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저장대에서 배출된 딥시크(DeepSeek)와 같은 혁신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를 위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승부처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이끄는 기업과 신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 지향형 규제 개혁'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강조한 발언이다. 지난 1월 중국의 한 스타트업 회사인 딥시크가 저비용·고효율 AI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주며 '딥시크 쇼크'로 불리는 파장을 일으켰다. AI·반도체 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중국은 AI 굴기를 앞세워 제2의 딥시크 육성 정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6일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일 개막한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일주일간 개최한다. 이번 양회에서는 AI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업계에서는 딥시크를 표준 모델로 삼아 이를 참고한 AI 기업 육성 정책이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이날 중국에서 열린 양회에선 올해 연구개발(R&D·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10% 늘어난 3981억1900만위안(한화 약 80조원)으로 설정했다. 실제 중국은 AI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는 AI를 다양한 학문과 접목하기 위해 올해 학부 정원을 약 150명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교양학부를 설립하고 AI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칭화대는 117개 과목에서 AI 지원 교육을 도입했으며 앞으로 38개 일반 과목을 추가할 예정이다.
앞서 칭화대는 지난달 초 대형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관련 과목을 개설했다. 류웨이 베이징 우편통신대 인간-기계 상호작용 및 인지공학연구실 소장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중국 내 다른 대학들이 AI 연구와 투자에 더욱 집중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며 "성공할 경우 전국 대학에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푸단대, 뎬쯔대, 시안자오퉁대, 베이징우정대 등 주요 대학들이 AI 관련 과목을 개설하며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중국 교육부는 지난해 8월 15개 대학, 2개 연구기관, 2개 출판사로 구성된 'AI 101 계획'을 마련해 AI 인재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에 나섰다.

특히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을 배출한 공학 명문 저장대에 대한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둥성 출신으로 저장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가 공부한 후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서 투자사를 창업한 그는 AI 스타트업 딥시크를 세운 이후 젊은 천재를 대거 영입해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높이 사 최근 저장대 총장 두장펑을 교육부 부부장(차관)으로 발탁했다.
칭화대와 저장대를 비롯한 중국 명문 대학들은 보안·안전상의 이유로 재학생과 교수 등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으며 외부인 출입은 춘철(春節) 연휴 등 특정 기간에만 허용된다. 딥시크 열풍 이후 저장대를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AI 교육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저장대 전파학과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유다현 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딥시크 창업자가 저장대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진 후 저장대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증가했다"며 "춘절 기간(1월 29일~2월 12일) 관광객과 학생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학교에서도 AI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17일 저장대에서 열린 'DeepSeek 시리즈' 공개 강의가 300만 회 이상의 시청 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강의에서는 중국산 대규모 AI 모델이 연산 능력과 일반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분석하고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포함했다. 천원즈 저장대 정보기술센터 교수는 "다양한 라이브 방송 채널을 통해 중계되어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실시간 총시청자 수는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저장대는 '모든 곳에서 AI를 활용하고 모든 사람이 AI를 배운다'는 목표 아래 AI 기초 교양 필수 과목을 개설하고 각 학과와 결합한 'AI+X' 융합 교육 과정을 도입하는 등 AI 교육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AI 고급 학습 교재를 개발하고 자체 개발한 차세대 AI 교육 플랫폼 '즈하이(智海)'를 통해 중국 최초로 AI 네트워크 강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천원즈 교수는 "교수진이 여유롭게 강의할 수 있고 학생들이 보다 정확하게 AI를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장대는 학교 공식 애플리케이션 '저다딩(浙大钉)'에 딥시크를 연동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저장대는 딥시크 업그레이드 버전인 '딥시크 V3 R1'을 지원하고 학교 어디서나 교육,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유다현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챗GPT보다 딥시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챗GPT 같은 서구권 AI 모델이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었지만 딥시크 등장 이후 중국 AI의 존재감이 확실히 각인된 계기가 됐다"며 "저장대 학생들에게는 딥시크 창업자가 학교 선배라는 점이 큰 자부심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학교 내부뿐만 아니라 중국 사회 전반에도 AI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