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의 Good Buy]
정장과 슈트, 차이는?
슈트핏을 만드는 3가지 디테일
양말, 서스펜더, 넥타이 딤플

뜻은 같지만 뉘앙스가 다른 단어들이 있다. 계피-시나몬, 자장면-짜장면, 달리기-러닝. '계피(桂皮)' 하면 쌉싸름한 한약 냄새가, '시나몬(cinnamon)' 하면 달콤한 카푸치노 향이 연상된다. 자장면-짜장면은 어떤가? 자장면이라 하면 왠지 양념이 덜 들어간 느낌이고 짜장면이라야 맛있게 비벼진 느낌이다.

달리기-러닝도 마찬가지다. '달리기'하면 만국기 펄럭이는 가을 운동회에서 100m를 전력 질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러닝'하면 귀에는 에어팟, 손목에는 애플워치, 날쌘 러닝화에 여유 있는 보폭으로 한강 변을 달리는 느낌이다. 

정장과 슈트도 그렇다. 같은 말이지만 어감이 다른 느낌이다. '정장'은 여의도나 광화문, 테헤란로의 출근길 직장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하지만 '슈트'는 'MANNERS MAKYTH MAN(매너가 남자를 만든다)'이란 대사로 유명한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처럼 멀끔한 신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장과 슈트, 직장인과 킹스맨. 같은 옷인데 어떨 때는 정장이라고 하고 어떨 때는 슈트라고 하는 걸까? 필자의 생각에 그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2025년을 여는 첫 번째 Good Buy. 날카로움(edge)을 만드는 사소함, 슈트 디테일 3 대장 - 양말과 서스펜더 그리고 넥타이의 딤플을 소개한다.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네이버 영화 스틸컷

양말, 슈트에 위트 한 스푼을 더하다

디테일 3 대장 중 첫째는 양말이다. "양말? 그걸 왜 신경 쓴담? 그거 잘 보이지도 않는데." 무릇, 보이지 않는 것에 신경을 썼을 때 진정 멋있는 법이다. 걷거나 앉았을 때 바짓단과 구두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양말 디테일이야말로 슈트핏의 완성이다. 상상해 보자.

각 잡힌 멋진 슈트를 입은 한 남자가 카페에 앉아 있다. 오른쪽 다리를 꼬는 순간 바짓단 아래로 발목 양말이 보인다면? Oh my God! 된장찌개에 난데없이 초코과자를 얹은 느낌이다. 신사의 품격을 완성할 의지가 있다면 양말부터 챙겨보자. 그렇다면 어떤 양말을 골라야 할까? 

남성 슈트에 양말 /픽사베이

필자는 과감한 색상을 추천한다. 검은색 양말.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다. (검은색 양말을 신으면 슈트가 정장이 되는 느낌이다) 남자들이 주로 입는 양복이 블랙, 그레이, 네이비 컬러라는 전제하에 버건디, 퍼플, 그린 컬러 등의 양말을 도전해 보길 권한다.

요즘은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만 가더라도 형형색색의 예쁜 양말을 구할 수가 있다. 여기에 한 단계 더 '위트'를 가미하고 싶다면, 무늬가 있는 양말을 추천한다. 이 경우에는 조금 무난한 계열의 네이비나 그레이, 브라운 컬러를 선택해도 괜찮다. 도트, 스트라이프, 헤링본, 체크, 아가일 등의 다양한 패턴들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무늬로 슈트핏에 날개를 달아보자.

서스펜더를 착용한 모습 / 픽사베이
서스펜더를 착용한 모습 /픽사베이

서스펜더, 바지핏을 수호하는 숨은 조력자

양말이 위트라면 서스펜더는 슈트핏의 치트 키다. 혹자는 서스펜더(Suspender)라는 말이 생소할지 모르겠다. 소위 '멜빵'이다. 슈트에 멜빵이 웬 말이냐고? 모르는 말이다. 벨트를 차면 정장이 되고, 서스펜더를 차면 슈트가 된다.

그 디테일의 차이는 정갈한 바지핏에 있다. 서스펜더는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허리나 가슴 윗부분의 바대에 연결하여 어깨에 걸치는 끈이다. 끈의 가장자리에 달린 집게나 단추를 바지 허리춤에 고정시킨다. 서스펜더를 착용하면 마치, 막 다림질을 한 것처럼 판판한 질감과 곧바른 바지핏을 유지시켜 준다.

게다가 서스펜더는 셔츠 위에 걸치는 액세서리기 때문에 슈트 재킷을 걸치면 겉에서는 안 보인다. 필자도 10여 년 전쯤 테일러샵에서 맞춤 슈트를 시작하면서 서스펜더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이게 여간 요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지핏을 수호하는 서스펜더. 그야말로 슈트핏의 치트 키인 셈이다.

넥타이에 딤플이 들어간 매듭 /픽사베이
넥타이에 딤플이 들어간 매듭 /픽사베이

넥타이에 딤플, 슈트를 맛있게 만드는 플레이팅

‘슈트에 넥타이’는 누구나 아는 기본 공식이다. 여기에 넥타이에 딤플을 잡는 기술을 익히면, 슈트가 더욱 맛있어진다. 마치 스테이크 위에 캐비어 한 스푼을 살짝 올린 플레이팅이랄까.

딤플(dimple)은 보조개란 뜻이다. 넥타이를 맬 때 매듭 아래에 보조개 같은 주름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정장이 "넥타이를 맸구나." 느낌이라면 슈트는 "넥타이에 멋을 부렸구나." 느낌이기 떄문이다.

필자도 아나운서 초창기 때는 넥타이를 그냥 매고 뉴스를 했는데, 나중에 넥타이가 손에 익어 딤플을 잡았더니 선배 동료들로부터 '멋있다'는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겐 사소한 넥타이 딤플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세련된 슈트핏을 완성한다는 걸 알고 나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넥타이 딤플 잡는 법'은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 검색하면 잘 나온다. 맛있는 슈트핏을 꿈꾼다면 한 번쯤 마스터해 보기를 권한다. 

2025년 을사년의 첫 아침이 밝았다. 매일 뜨는 해지만 새해 첫 일출은 특별하다. 의미 부여의 힘이 아닐까.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관성적으로 이어지는 중에 새해라는 이유로 품은 각자의 다짐들이 있을 것이다.

한참 떠들었지만, 정장이 슈트가 되는 건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부여되는 가치가 아니다.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사소한 것의 힘을 믿는다. 한 해의 대망이 멀게만 느껴지는 1월 1일이지만, 저마다의 디테일로 멋진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두의 2025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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