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탄핵에 비대위 전환 이해불가
국민적 상식 부합 노력이 우선
무더기 반대표 책임 현 지도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비판한 한동훈 대표가 친윤계 의원인 강명구 의원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비판한 한동훈 대표가 친윤계 의원인 강명구 의원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이 같은 날 오후 7시 24분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해당 시각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권한 행사는 정지됐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릴 것임을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다. 어쨌든 외신들은 탄핵소추안 통과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비상계엄 선포로 민주주의를 혼란에 빠뜨린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 탄핵안이 가결됐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독일의 시사 주간지 ‘시간(Die Zeit)’은 “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외신들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유독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을 ‘당혹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친윤들은 자신들이 아직도 당내에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몰라도 한동훈 대표를 사임시키고 비대위를 출범시키려 하고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현 지도부의 해체가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막지 못해서 책임을 묻겠다는 것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잘못된 일임에도 무더기 반대표가 나와서 비대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상식선 상에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이 이런 짓을 벌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탄핵소추안 통과를 막지 못해서 비대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 이것도 이해 불가다. 정치란 국민적 상식과 눈높이를 항상 의식해야 하는 존재인데 국민의힘은 지금 국민적 정서가 어떤지 모른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은 확실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는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회생의 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 한마디로 계엄 선포 직후 한동훈 대표가 재빠르게 계엄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으니까 이 정도 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만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내란 연루 의혹이 탄핵소추안에 명기돼 있어 탄핵소추안 통과를 막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약간 달라지기는 한다. 

하지만 동료 의원에 대한 의리보다는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추 전 원내대표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명기됐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은 탄핵의 대상이 되지 않아 당장 추 전 원내대표의 신상에 변화가 있을 수는 없고, 수사에 의해 추 전 원내 대표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굳이 85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탄핵소추안에 반대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할 점은 탄핵소추안 통과를 막지 못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능성을 더 높여줬고 그래서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이것도 문제라는 점이다. 지금은 대권을 누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가를 분석할 때가 아니고,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며 자숙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비대위로의 전환이 탄핵안 반대표가 무더기 나온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수단이라면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이기는 하다. 무더기 반대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현 지도부가 그 자리에 있으면서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합리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왜 비대위가 출범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탄핵 정국에서 여당은 당권 투쟁에 몰두한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의힘은 여론과는 점점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런 식이면 차기 대선은 고사하고 차차기 대선도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을 보지 말고, 몇 년 후를 생각하는 것이 이 땅의 보수를 위해서도 가장 합리적인 일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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