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종훈 측, 모친 등 배임·업무방해로 고발
한미약품, 무고·업무방해 등으로 맞고발 나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과 한미약품 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의 형사 고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쥔 형제 측이 모친을 배임·업무방해 등으로 형사고발 했고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이사회를 장악한 모녀 측 세력인 ‘3자 연합’도 맞고발에 나섰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형제 측은 3자 연합 측 인사를 상대로 이달에만 3건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약 1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미약품 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다툼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한미약품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 사망 후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은 올해 초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반대하며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지난 7월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모녀 측은 3자 연합을 구성했다.
특히 임 형체 측은 경영권 분쟁에서의 우위를 견고히 하기 위해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을 활용하고 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상속세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핵심 키워드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 13일 임종윤 이사가 최대 주주로 있는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가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 대표는 “박 대표가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의 지시로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제공한 건 배임”이라고 했다. 가현문화재단은 지난달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5일 임종훈 대표가 이끄는 한미사이언스는 3자 연합과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업체를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국민연금이 3자 연합으로 돌아섰다’ 등의 거짓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유다. 지난 18일에는 박 대표와 그룹사 임원 3명,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의 김남규 대표를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경영권 분쟁과는 별개로 불법적인 법인 자금 유출, 외부 세력과 결탁한 배임과 관련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했다.
3자 연합과 한미약품 측은 즉각 반발했다. 한미약품은 이날 “지주사의 이러한 릴레이 고발은 임시 주총에 영향을 주기 위한 시도”라며 “임종훈 대표 등 주요 관계자를 무고로 고발하고 한미약품에 대한 업무방해와 배임으로도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고발 건은 수사기관에서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회사에서 혐의점이 없는데 고발을 ‘수단’으로 쓴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됐다. 신중한 내부 감사, 법률 검토까지 한 다음 이뤄진 고발이다. 주총과 무관하게 회사 내부에서 잘못 이뤄진 일들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라고 했다. 이어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회사가 투명하고 정상적인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이 고발전을 벌이는 이유는 이번 임시 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임시 주총에는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 △신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3자 연합의 제안으로 상정됐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5대4로 형제 측 인사가 더 많다. 안건이 모두 통과될 경우 5대6으로 구도가 바뀌고 3자 연합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3자 연합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27년까지 이사회 장악이 쉽지 않다. 다만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대상으로 출석 의결권의 3분의2 찬성이 필요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사회 구도가 5대5가 된다면 이사회 의사결정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지분 구조상 3자 연합의 우호 지분이 33.78%로 형제 측(25.62%)보다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