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영토 조항 개정 여부 쉬쉬
러와 곧 혈맹 수준 격상돼
국내 권력 투쟁 여념 없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연합뉴스

요사이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갑자기 우리가 무인기를 보냈다는 주장을 하지 않나, 경의선 동해선 도로를 폭파하지 않나, 우리를 적대국으로 규정하며 헌법을 개정하지 않나, 그야말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은 우리 무인기가 세 차례 북한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는데 자신들이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진 이외의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였다면 무인기를 격추했어야 맞다. 하지만, 격추하지 못했는지 당시에는 최소한의 무인기 잔해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19일 북한은 돌연 평양 인근에서 우리 무인기의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참 흥미로운 부분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의선, 동해선 도로를 폭파한 것도 정말 이상하다. 도로를 끊으려면 폭파 말고 굴착기 등을 동원하면 된다. 그런데 북한은 도로를 폭파하고 추가로 굴착기를 이용한 것 같다. 이는 도로 폭파의 목적이 쇼를 위함이었음을 증명한다. 

헌법 개정도 흥미롭다. 북한이 헌법을 개정한 것은 2주 전쯤이다. 그런데 그 내용의 일부만 공개됐을 뿐, 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영토 조항을 바꿨는지 여부는 현재까지 모른다. 단지 헌법에서 우리를 적대 국가로 규정했다는 정도만 지난 18일 알려졌을 뿐이다. 헌법 개정이 무슨 국가적 기밀이 아닌 이상 자신들이 영토 규정을 바꿨다면 당당히 밝히면 되는데 아직도 쉬쉬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역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다. 

파병 규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의 국정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1만2000명 규모의 파병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파병 규모, 그것도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이 포함된 대규모 파병과 수만 발의 포탄을 이미 러시아에 제공했다는 사실을 연결해 생각하면 북한의 전투력은 지금 상당히 저하됐을 수 있다.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러시아를 돕는 북한의 입장은 매우 흥미롭다. 북한이 이렇듯 러시아를 돕는 근거는 지난 6월 체결된 북한과 러시아 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다. 

이 조약 제4조에는 북러 중 한 나라가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나라는 유엔헌장과 양국 국내법에 준해 자신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조항에 근거한 행위지만 이번 파병은 한반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대규모 파병은 양국의 동맹이 혈맹 관계로 격상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다른 나라에 파병을 한 적은 있었다. 과거 베트남전과 제4차 중동전 그리고 우간다, 시리아 내전 당시에도 파병한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 병력은 아니었다. 

지금 정도 규모의 파병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전세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규모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혈맹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볼 수 있는 증거다. 6.25 당시 러시아는 소수의 공군 조종사 정도만 참전했지만 만일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러시아의 참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전투 경험 축적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북한과 같은 병영 국가에 있어 실전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셋째, 북한이 러시아로부터의 받을 ‘보상’이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모종의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대선이 이제 2주 남짓 남았고, 일본은 지금 막 정권이 교체됐다는 시기적 특성까지 감안한다면 현재의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매우 위중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기고문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조만간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북한이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키웠다"라고 분석한 것을 봐도 그렇다. 상황이 이럼에도 국내 정치권은 권력 투쟁에 여념이 없다. 과연 이래도 되나 싶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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